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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상연된 연극 <맆소녀>는 아동 학대와 방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깊이 파고든다. 해당 작품은 단지 인도라는 이국적인 배경 속 비극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이기적인 시선’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한국인 NGO 활동가 ‘연영’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연영은 의료 활동을 위해 인도에 파견되었다가, 담뱃잎 농장에서 일하는 까이를 만나게 된다. 까이는 또래보다 몸집이 크고, 니코틴 중독과 거인증을 앓고 있었다. 연영의 눈에 비친 까이의 삶은 명백한 아동 학대였다. 이에 연영은 까이를 돕기 위해 난치병 캠페인을 기획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지극히 윤리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연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관객의 시선을 불편하게 만든다. 연영의 제안에 까이의 엄마인 시마는 격렬하게 반대한다. 우리는 시마의 행동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아이를 불법 노동에 내몰고, 도움의 손길마저 거부하는 엄마의 모습은 기이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마는 “모두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말하며 연영의 도움을 거부한다. 시마에게 까이는 신이 창조한 피조물일 뿐이기에,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라고 믿었다.

 

 

 

이기적인 시설의 역설


 

우리는 시마를 아동 학대 가해자로 규정하고, 연영을 선한 조력자로 인식한다. 하지만 연극은 시마의 행동 이면에 있는 서사를 조심스레 드러낸다.

 

시마의 행동은 단순히 윤리적 판단의 부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속한 사회와 문화, 그리고 생존의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만약 연영의 제안대로 아이들을 세상에 알리면, 일시적인 후원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의 몸값은 올라가고, 이는 공동체 안에서 또 다른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작품 속에서 벌어진 디네쉬의 아동 성폭행처럼,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없는 환경에서는 윤리적인 행동도 비윤리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연극 <맆소녀>는 ‘시선’의 이기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영의 선의는 순수했지만, 동시에 그 시선은 철저히 외부자의 것이었다. 그들의 삶과 공동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자본주의의 빛이 비치는 것처럼, 우리의 시선은 그 이기적인 빛 아래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틀 안에서만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고, 그 틀을 벗어난 것들을 ‘기이하다’거나 ‘비윤리적이다’라고 쉽게 단정한다.


연극은 이 불편한 진실을 통해 역설적인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네쉬가 까이에게 저지른 아동 성폭행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안전망은 오직 이기적인 행동으로만 구축될 수 있음을 작품은 시사한다. 공동체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혹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생존하기 위해 타인을 착취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선’이 아니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이기심을 잠시 접어두고 최소한의 윤리적 선을 지키려는 개인의 ‘이기적인 선택’이다.


<맆소녀>는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시선, 그 이면에 숨겨진 이기심을 해체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고도 과거의 기억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연영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수동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몸이 연대하며 스스로 삶을 이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조용히 제시한다.


결국, 연극은 타인의 고통을 단순히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선다. 그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몸의 연대’를 통해 폭력의 역사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어떤 거대한 정의나 명분 없이도, 우리는 각자의 이기심을 조율하며 타인의 고통에 손을 얹는 작은 행동으로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맆소녀>는 씁쓸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며, 관객을 깊은 숙고의 시간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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