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로운 것을 싫어하면서, 외로운 것을 자처하는 사람이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생각할 것이다. SNS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재미있게 놀러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큰 부러움을 느낀다. 나도 저렇게 많은 사람을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막상 나가는 것은 싫고 두렵다. 가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웃고 떠들 자신이 없다.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결국에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포기하게 된다.
왜 사람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걸까? 애초에 내가 사람들 틈에 섞이지 않더라도 ‘외롭다’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면, SNS을 보더라도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도서 <외로움의 함정>은 이러한 인간의 외로워하는 감정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를 위협하는지 친절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다른 힐링 에세이처럼 외로움이란 감정을 지울 수 있도록 위로를 해주는 책은 아니다. 단순히 옆에 누군가 없어 ‘외롭다’라고 느끼는 감정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고립이 개인의 뇌와 행동, 자존감, 삶의 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해석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태생부터 무리를 지어 살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가 되면 너무나도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우리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얼른 무리로 돌아가고자 했다. 즉, 외로움은 자기 방어 체계의 감정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살기 좋아지고 야생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외로움은 단순히 개인의 상황에만 해당되는 감정이 아니게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실패자로 간주되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낙오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가 성공과 성취에 의해 정의되다 보니, 이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관계에서 배제되거나,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한다. 내부에서 느끼던 외로움이 이제는 외부로부터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이란 감정은 생각보다 우리를 크게 위협했다. ‘고독사’. 심심치 않게 뉴스에 종종 올라오는 사건이다. 개인으로 시작된 외로움이 사회적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외로움은 단절과도 깊은 연관을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고독사 자체를 예방하는 것은 어려우며, 고독사의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기방임에 대한 초기 개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사회에서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자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먼저 이웃에게 다가간다고 한들, 상대방이 선을 긋고 "왜 친한 척 하세요?" 할 수도 있지 않는가.
또, 선뜻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것도 한몫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요즘 너무 힘들어."라는 말을 했을 때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어."라는 말이 돌아오는 세상이다. 분명 어딘가 망가지고 있는 게 확실한데, '내가 괜히 약한 소리 하는 건가?'하고 자신을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 역시 생각보다 외로움이라는 것을 많이 탔던 것으로 보인다. 책에는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의 인용구를 볼 수 있었다.
외로움은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과 공유할 수 없는 것, 남과 공유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본 순간, 가족도, 친구도 있는 내가 왜 그동안 ‘외롭다’라는 역설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까운 사람까지 포함하여 주변인으로부터 무시당한 전적이 너무 많았기에, 내 이야기를 할 수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도,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기저에 있었을 것이다. 아마 이 감정이 조금도 풀어지지 못하고 쌓이고 쌓였다면, 나도 지금쯤 고립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저자는 언제 어디서든 찾아오는 외로움에 대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스스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체제를 갖춰두자고 말한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다른 사람과 나누는 방법이다. (나에게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가 곧 나의 정신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외로움이라는 함정에 서서히 좀먹혀 고립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보고 소중히 여기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타인의 애정 없는 말들에 휩쓸리지 말고, 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돌보려고 하는 것이 가장 높은 우선순위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자를 미워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