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밴드의 중심지, 홍대 롤링홀이 30주년을 맞았다. 그 시간을 기념해 무대를 공연장으로 넓혀 열린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이틀 동안 밴드 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압축해 보여주었다.
아사달, To More Raw, 도시 등 신예 인디밴드부터 크라잉넛, 체리필터, YB 같은 한국 대표 밴드까지 라인업은 화려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 10시간 넘는 공연 속에서 낯선 떨림과 오래된 열광이 함께 공존했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인근에 주거지역이 없어서 덕분에 큰 볼륨으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며, 총 다섯 개의 스테이지로 꾸려져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이 중 세 곳은 건물 내부에 마련되어 음악이 겹치지 않고 시원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나는 2일 차에 방문해 특히 기억에 남은 무대들을 기록해 보았다.

평화로운 오전, 롤링홀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Top 2에 오른 To More Raw의 ‘Trip’으로 2일 차의 문이 열렸다. 이름처럼 신선한 기운이 무대 위에 가득했다. 열정과 벅참이 뒤섞인 보컬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환히 밝히며, “이렇게 큰 무대에 처음 선다”는 울컥한 고백으로 신인다운 순수한 매력을 드러냈다. 언젠가 이들이 더 큰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며, 오늘의 떨림을 다시 떠올리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이어 락페스티벌에서 본 송소희의 존재는 단연 특별했다. 무대에 올라 직접 꼼꼼히 사운드 체크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남다른 아우라가 묻어났다. 공연이 시작되자 국악 베이스의 곡들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들판을 달리는 바람처럼 시원하고, 깊은 한을 머금은 듯 한 목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Not a Dream’이 퍼지던 순간, 뜨겁던 한낮의 공기마저 서늘해지는 듯했다. 자유롭고 우아한 손짓 또한 기억에 남는다.
사실상 모든 락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깡치네의 ‘김치말이 국수’를 먹고 김재중의 무대를 맞이했다. 그는 무대 위를 자유롭게 누비다 눕기도 하고, 사이드 무대로 달려가 관객과 눈을 맞추기도 했다. 슬로건을 던지며 떼창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영화나 만화 속에서 꿈꾸던 이상적인 록커의 형상 그대로였다. 어느새 나 역시 “J! J!”를 외치며 떼창에 함께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이들마저 친구처럼 끌어안게 만드는 힘. 노래와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 그의 모습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장점을 고스란히 모아낸 집약체 같았다.
![[DAY 2 SKETCH - 3]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5의 가장 빛나는 순간,반짝이는 별들과 함께…-6-copy-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0213311_pppllbhm.jpg)
(출처)=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넬의 공연이 시작되자, 김종완의 몽환적인 보컬과 단단히 쌓아올린 연주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Dream Catcher–Full Moon–All This Fxxking Time’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점점 강렬함을 고조시키더니, 곧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부드럽게 전환되었다. 17년째 좋아하는 곡이지만, 들을 때마다 더 깊고 새롭게 다가온다.
이어진 무대는 불꽃처럼 터지는 곡들로 채워졌다. 특히 양혜승의 통통 튀는 드럼이 돋보이며 옹골찬 사운드를 완성했다. 페스티벌에 가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넬의 공연은 유독 악기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들리고, 음향마저 특별히 좋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넬의 음악은 특히나 라이브에서 빛난다.
![[DAY 2 SKETCH - 7]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5의 가장 빛나는 순간,반짝이는 별들과 함께…-copy-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0213311_kclwkhrm.jpg)
(출처)=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체리필터는 롤링홀이 ‘롤링스톤즈’라 불리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밴드다. 연이은 공연 관람에 지친 몸을 잠시 쉬고자 초반 무대는 피크닉존 돗자리에 앉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조유진의 파워풀한 보컬이 터져 나오자마자, 왜 체리필터가 헤드라이너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기억해줘~” ‘피아니시모’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는 순간,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급히 신발을 신고 무대 앞으로 달려갔고, 옆을 보니 다른 관객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우르르 앞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어서 울려 퍼진 ‘해피데이’는 공연장을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채웠고, 지쳐 있던 몸도 어느새 리듬에 맞춰 뛰고 있었다. 특히 ‘We Will Rock You’, ‘그대에게’, ‘A.P.T’ 같은 명곡들을 체리필터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무대는 새로운 거움을 선사했다. 중간에 우즈가 등장해 선후배가 함께 만든 시너지는 관객들의 환호를 더욱 끌어올렸다.
마지막 곡은 한국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노래방에서 한 번쯤 불러봤을 법한 곡, ‘낭만고양이’였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합창한 이 노래와 함께 페스티벌은 유쾌하게 막을 내렸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 펼쳐진 무대들은 밴드 씬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동시에 비추고 있었다. 롤링홀 30년의 역사가 응축된 이날, 음악이 어떻게 세대를 잇고 장르를 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낭만으로 남는지를 온몸으로 느낀 특별한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