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뮤지컬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같은 공연을 몇 번이고 n차 관람할 의향이 있으며,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기꺼이 공연을 보러 가는, ‘뮤덕’이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뮤지컬을 관람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고, 왠지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이 값을 내고 공연 하나를 본다는 게 옳은 일일까, 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이 모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만한 콘텐츠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윤하정 문화전문기자가 집필한 <30일 밤의 뮤지컬>이 그 역할을 해낸다.

뮤지컬 초보를 위한 친절한 가이드
<30일 밤의 뮤지컬>은 본격적인 뮤지컬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자주 등장하는 뮤지컬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페이지를 가진다. ‘웨스트앤드’와 ‘브로드웨이’ 같은 해외 뮤지컬 상식부터, ‘라이선스’ 와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의 차이가 무엇인지 등,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용어들을 일러주는 센스다.
뮤지컬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는 계속된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만한 공연을 서두에 올린다.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이 그 예시다. 책은 단순히 공연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비하인드부터 관련자들의 인터뷰까지 알뜰하게 챙긴다. 뿐만이 아니다. 해당 뮤지컬과 관련된 재미있는 상식도 곁들이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예로 들자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오페라 가르니에’ 장소의 실제 모습을 제시하며 이것이 어떻게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는지를 소개해 주는 식이다. 또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의 스토리 구조상의 차이까지 분석해 주니, 마치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뮤지컬 여행을 떠나온 것만 같다.
‘뮤지컬 여행’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아니면 ‘30일 동안의 뮤지컬 아라비안나이트’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이 책은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뮤지컬만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런던과 뉴욕부터- 대중적인 원작을 뿌리로 가진 프랑스 뮤지컬, 우리 모두가 어디선가 들어 본 오스트리아 뮤지컬, 그리고 한국이 직접 창작해 올린 오리지널 뮤지컬까지 소개하고 있다. 각 나라별 뮤지컬의 특징까지 짚어 주니 이보다 더 친절한 가이드가 없다. 뮤지컬에 대한 이유 모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고 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뮤지컬을 꼭 한번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거라 확신한다.
뮤덕을 위한 스크랩북
그렇다고 <30일 밤의 뮤지컬>이 뮤지컬 초보자들만을 위한 책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웬만한 배우보다 부지런히 공연장을 드나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의 아카이브”라고 표현한 만큼, 뮤덕을 위한 스크랩북 기능도 해낸다.

위 사진은 책에서 소극장 뮤지컬 <빨래>를 다룬 부분이다. <빨래>가 등장인물들이 가진 삶의 무게를 빨래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 포인트인 작품인 만큼, 넘버의 가사는 작품을 이해하는 부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책은 ‘서울살이 몇 핸가요’와 ‘슬플 땐 빨래를 해’ 두 넘버의 가사를 일부 첨부하고 있다. 공연의 일부 장면 사진, QR 코드로 연결해 감상할 수 있는 공연 영상 일부도 함께다. 이미 작품을 감상했다고 해도 정확하게 모든 장면과 모든 가사를 기억할 순 없는 법이다. (아무리 n회차를 관람했다고 해도 모든 것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시 생생하게, 기억을 되살려주는 ‘뮤지컬 스크랩북’이기도 하다.
뮤지컬을 관람한 후 정리할 곳이 필요했던 뮤덕들에게, 어쩌면 이 책이 하나의 기록 저장소이자 소통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뮤지컬마다 저자의 개인적 의견이 덧붙여져 있어, 감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뮤지컬 초보부터 뮤덕까지, 뮤지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놓쳐서는 안 될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