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KakaoTalk_20250914_05595237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14060201_cskfivmm.jpg)
자신을 감싸던 알을 깨고 나와, 세상을 향해 날갯짓하는 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트와이스가 데뷔한 지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트와이스의 막내 채영이 솔로 가수로서 처음 날개를 펼쳤다. 채영은 K-POP을 대표하는 인기 걸 그룹 트와이스의 일원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그와 동시에 채영 개인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눈초리도 많았다. 사랑스럽고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트와이스라는 그룹 안에서, 그녀는 종종 그룹의 균형을 흔드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채영은 누가 보아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뚜렷한 취향과 개성을 지녔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가 10년간 쌓아오고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취향과 생각을 한데 그러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만든 것이 채영의 솔로 데뷔 앨범, ‘릴 판타지 볼륨 1(Lil Fantasy vol.1)’이다.
채영은 앨범 전곡의 작곡 및 작사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한층 개인적이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CD 한정 트랙을 포함해 총 10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 플레이타임은 21분 7초로 짧고 간결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채영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울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듣는 이가 느낄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솔직한 내면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 놓는 방식은 독특한 몰입감을 만든다. 한 곡 한 곡이 마치 작은 일기처럼 다가와, 채영의 세계 속으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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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케이팝 산업에서 음악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비주얼이다. 그런 점에서 채영의 ‘Lil Fantasy vol.1’은 탁월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감각적인 비주얼과 고감도 사진, 전체적인 콘셉트와 꼭 맞아떨어지는 채영의 모습은 퍼즐 조각처럼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티저 이미지와 뮤직비디오 속 등장하는 다양한 비주얼 요소는 채영이 직접 그린 드로잉에서 파생되었으며, 단순히 보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그녀의 취향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Welcome to Lil Fantasy’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앨범의 첫 트랙 ‘AVOCADO’의 스페셜 비디오는 채영의 작은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스페셜 비디오는 잭 스타우버, 팀 버튼과 같은 독창적 아티스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지만, ‘릴 판타지’는 어디까지나 채영 안에 존재하는 고유한 공간이다. 영상 속에서 그녀는 진정으로 자유로워 보인다. 릴 판타지라는 작은 세계가 얼마나 개인적이면서도 다채로운지 느낄 수 있다.
타이틀곡인 'SHOOT (Firecracker)'는 1980~90년대 디스코 느낌의 키치한 멜로디와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곡이다. 채영은 이 곡을 통해 ‘함께 폭죽을 터트리고 파티를 즐기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앨범 발매를 축하하는 의미도 담았다. 곡의 뮤직비디오는 섬세하게 공들인 미술과 감각적인 연출로 가득 차 있다.
전곡이 반짝거리며 저마다의 역할을 하지만, 자칫 비슷한 흐름이 반복된다고 느낄 때쯤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RIBBONS’는 앨범 가운데 가장 강렬하 휘몰아치는 곡이다. 수민과 Y2K92 지빈의 피처링이 더해져, 채영의 목소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곡의 다채로운 색채를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앨범의 후반부를 수놓는 세 곡 ‘BF’, ‘그림자놀이’, ‘내 기타’를 이 앨범의 정수로 뽑고 싶다. ‘BF’는 연락할 사람 없이 방 안에 홀로 틀어박힌 외로움을 담담히 그려내고, ‘그림자놀이’는 스타로서 겪는 공허함과 끊임없이 가려야 하는 얼굴을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내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에 느끼는 애틋한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채영의 음악적 정체성과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914_055952370_0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14060307_yefbsibn.jpg)
채영이 트와이스 데뷔 10주년을 맞는 해에 솔로 앨범 ‘Lil Fantasy vol.1’을 발표했다는 점은 단순한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랫동안 그녀가 모아온 경험과 취향, 생각들을 온전히 담아낸 이번 작품은, 그간 그룹 안에서 감춰야 했던 혹은 희석될 수밖에 없었던 채영만의 개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논란과 편견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과감한 선언이자, 트와이스라는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대중 앞에 서는 존재로서, 아이돌을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도마 위에 오른다. 사소한 눈빛 하나, 작은 표정 하나마저 평가받는 삶. 솔직히 내가 그 자리에 놓였다면 성숙하고 건강하게 대처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도마 위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채영은 바로 그런 존재다. 트와이스라는 세계 안에서 이미 충분히 사랑받는 자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만의 색과 이야기를 담은 솔로 앨범 《LIL FANTASY vol.1》을 통해 채영은 ‘트와이스의 채영’이 아닌 ‘채영’이라는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의 발을 내딛었다. 동시에, 채영이 직면해 온 사회적 시선과 규범, 팬덤과 업계가 만들어낸 한계를 솔직하게 마주하고, 자기 목소리를 관철시키는 순간이기도 하다. 트와이스와 채영의 팬들에게는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기회를, 음악 리스너들에게는 독립적인 예술가로서의 채영을 만나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녀가 만들어낸 ‘릴 판타지’ 속으로, 당신은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