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초,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국내외 주요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소개하며, 영화제가 가진 모순과 한계를 짚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왜 여전히 중요한 자리인지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히 DMZ 인더스트리 현장을 직접 전해보고자 한다. 몸은 하나라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포럼 2·3과 메인 포럼에 참여했다.
먼저, 혹시 나도 이 안에 속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람을 품고 갔던 <아시아 청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
대학(아카데미)을 중심으로 NGO(시민사회 및 참여자), 영화제(산업), 커뮤니티(관객)를 잇는 새로운 배급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분명 신선했다. 그러나 현장의 공기는 다소 제한적이었다. 참여자는 교수, 영화제 관계자, 기존 산업인 등 영화계 내부자가 대부분이었고, 외부의 다양한 시각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했다.
현 시점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허브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DMZ·한예종·연세대 등 기존 기관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는 다소 배타적으로 보였다. 다큐멘터리의 접근권이 여전히 소수만 접근 가능한 “사치품” 보이는 부분이다. 단기적인 분석과 연민의 도구로서 다큐가 작용할 수 있어보인다.
그리고 첫 칼럼에서 언급했던 단체 <독 소사이어티(Doc Society) 사례 연구> 포럼.
영국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비영리 단체이다. 짐작하건데, 이 단체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다큐멘터리 허브의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듯 했다.
DMZ영화제 DOC-SOCIETY 발제문 中
발제는 이 단체의 구조를 샅샅이 분석하고, 왜 그렇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지속이 가능한지를 살폈다.
전세계 9개국에 분산된 오피스로 5인의 공동 리더쉽 구조로 운영된다는 것.
이것이 단순히 글로벌 이슈 대응력을 확보다는 것을 넘어 활동 법적이고 세무적인 유연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국가와 경로에서 기금을 수령할 자격을 갖추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외에도 단체의 정체성과 철학,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현실적 노력까지, 비영리 단체가 가능한 모든 상상력의 집합체와 같은 모델이었다.
다만, 아직 한국의 상황에선 어떻게 이러한 상상력들이 실천 가능할까는 아직 모호하다.
이런저런 고민에 복잡해진 머리로 메인 포럼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에 참석했다.
포럼의 시작은 사회과학 교수(이론가)들의 발제였다. 조금은 학제적이지만 다양한 관점의 분석이 있었다. 주요한 발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현장과 미디어가 뒤섞인 시대에 현장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에서 우리를 누구로 정의할 것인가?"
“기다림으로 하루를 만드는 권력은 어디서 오는가?”
그에 비해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발제는 이론가들과는 옷차림부터, 쓰는 단어, 말투조차도 확연히 달랐다.
오묘한 미감을 담은 PPT로 발표한 박배일 감독, 휘갈긴 메모지를 들고 차분히 설명한 권오연 감독, 스스로 말이 많다며 스톱워치를 켜고 절제하며 발표한 남태제 감독.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 현장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경험, 다큐멘터리와 사회과학 이론이 만나는 접점 등을 더 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너무나 다른 두 그룹의 만남은 마치 학술제와 술자리가 교차하는 듯한 기묘한 풍경이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다큐멘터리의 위치가 선명해졌다.
이를테면 다큐멘터리, 대학, 그리고 주류 미디어가 모두 ‘쪽방촌’을 취재한다고 가정해보자.
주류 미디어는 그곳을 현상과 해결의 대상으로 묘사한다.
대학은 주민 수와 집값 같은 통계로 그곳을 설명한다.
그러나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는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이웃의 정, 나눔과 순환의 방식을 포착한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더 많은 공생과 돌봄이 가능해지는 삶. 어쩌면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같은 사건도 소재로 포장하느냐, 숫자로 분석하느냐, 맥락으로 드러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이 된다.
독립 다큐멘터리가 완벽한 장르란 것이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한계와 모순이 많다. 다만, 기존 매체만큼 독립 다큐멘터리가 자본과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관점(Point of view)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
DMZ에서 오간 대화는 결국 우리를 같은 질문으로 데려왔다.
“우리는 왜 다큐를 만드는가?”
그 대답은 화려한 이론이나 거대한 자본, 네트워크, 프로젝트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지 묻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사건 너머의 일상을 담고, 맥락과 전체를 기록함으로써 ‘살 만한 하루’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장에서 함께 살아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이자, 주류 미디어나 이론이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다.
[참고 자료]
·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 2025 dmz 인더스트리 일정표
· DMZ영화제_DOC-SOCIETY_발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