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나의 일상



seoul-1016888_1280.jpg

 

 

요즘 나의 일상은 이러하다.

 

06:00 기상

06:50 출근

08:30 회사 도착

09:00 ~ 11:30 오전 근무

11:30 ~ 12:30 점심시간

12:30 ~ 18:00 오후 근무

18:00 퇴근

19:40 집 도착 후 저녁 식사

21:00 ~ 22:00 운동

22:00 샤워 후 취침

 

매일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나면서 차마 담지 못할 욕이 나올 때가 꽤 많다. 직장 생활을 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버린 듯하다. 여기에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 여러 요인도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나는 쉴 틈 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참 오랜만에 이런 근본적이면서 솔직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 같다. 누군가는 재정적인 여유로움을 행복이라고 칭하고, 누군가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칭한다. 또 누군가는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현실이 행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정의는 참 다양하다. 그 이유는 아마 많은 사람이 행복을 바라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아직 내가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 정의 내리지 못했다.

 

 

 

갓생



 

 

이전에 내가 소개했던 크리에이터 '띱'의 영상을 통해 나는 내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영상에서는 '갓생'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물 두 명이 나온다. 그들이 말하는 '갓생'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

'건강을 위해 관리하는 사람'

'외국어 공부와 같이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재테크 하는 사람'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려 나가는 이들을 흔히 '갓생'산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열심히 사는 '갓생러'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고 노력한다. 영상에 나오는 두 명도 그러하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그녀의 삶은 사실 '갓생'과는 거리가 멀다. 운동은커녕 냉장고까지 걸어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 식단은커녕 라면을 먹고 밥을 말아 먹을 것인지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 자기 계발은커녕 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 재테크는커녕 돼지저금통에 모인 적은 돈을 보고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이 두 명의 모습과 비교되게 그려진다. 그렇게 두 명은 각자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OO씨, 좀 힘들지 않아요?

 

이 질문을 들은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다시 한번 그려진다.

 

냉장고를 향해 힘겹게 걸어가 물 한 잔을 마시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물 한 잔 더 마셨다. 잘했다!'

라면 두 개를 끓여 먹으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라면 두 개? 진짜 행복하다.'

돼지 저금통에 모인 돈을 세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아싸 3만 원 다 모았다. 마라탕 사 먹어야지'

쓰레기를 버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아싸 오늘도 하늘 한 번 봤다. 나이스!'

 

그녀는 그 둘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되게 행복해요.'

 

나는 그녀의 모습과 마지막 한마디를 듣는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내 삶은 힘들어' '나는 왜 이렇게 한심하지?' '나는 행복하지 않아.'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해왔다. 나의 부족한 점만 보였고, 내 삶에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고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해 고요하게 즐기는 커피 한 잔 - '오늘도 제일 먼저 출근했어. 내가 제일 부지런해!'

점심 식사 후, 15분 산책하는 것 - '오늘도 15분이나 걸었다. 대견해!'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좋아하는 카페에서 멍때리기 - '내가 꿈꿨던 도시 남자의 모습이랄까? 좀 멋있는 거 같은데?'

퇴근 후 1시간 운동과 10분의 영어 회화 공부 - '시간을 쪼개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주말마다 가족들을 위해 준비하는 저녁 식사 -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요리에 좀 소질이 있을지도...ㅎㅎ'

 

생각보다 작은 행복들을 곳곳에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하루하루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물 한 잔 마시는 것, 커피 한 잔 즐기는 것, 산책하는 것처럼 정말 사소한 부분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끝없이 비교하고 무너지기보다 작게나마 오늘의 의미를 찾고, 누리는 것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건하_컬쳐리스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