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초 비틀즈의 등장 이후로 록 음악의 종주국은 영국 또는 미국이었다. 조금 더 구체화해서 말하자면, 영국이 이끌던 록 음악 신을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고, 이후 영국이 주권을 되찾고, 또 미국이 다시 빼앗아 오는 모양새가 짙다.
비틀즈, 롤링 스톤즈, 더 후 등 수많은 영국의 밴드들이 60년대를 풍미하였다. 미국에서는 이들의 음악을 따라 하는 밴드들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영국의 프로 뮤지션들을 따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더욱 단순하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음악이 필요했다. 이렇게 미국만의 펑크 록이 탄생하였다.
시간이 지난 90년대 말은 그야말로 영국 록 음악의 전성기였다. 오아시스와 블러를 필두로, 후발주자인 라디오헤드, 뮤즈 등의 밴드까지, 영국의 밴드들은 2000년대 초까지 세계의 음악 시장을 장악하였다. 영국 록의 브리티시 인베이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펑크 록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시기 미국의 밴드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각 밴드가 잘 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특징을 부각하여 각 밴드만의 아이덴티티를 적극적으로 음악에 담아내었다. 이렇게 이모 록이 부흥하게 되었고, 2000년대 록 음악의 주권을 다시 미국이 되찾아오게 되었다.
당시 활동했던 이모 록 밴드로는 얼마 전 내한 공연 소식을 발표한 ‘마이 케미컬 로맨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패닉 앳 더 디스코’, 그리고 오늘 소개할 ‘폴 아웃 보이’가 있다. 이 세 밴드는 영미권에서 ‘Emo Trinity’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3대 이모 팝 펑크 밴드로 불린다.
Fall Out Boy 'Sugar, We're Goin Down'
폴 아웃 보이는 2005년 발매한 정규 2집의 ‘Sugar, We’re Goin Down’이 빌보드 Hot100 8위에 등극하며 스타 밴드 자리에 도달하게 된다. 이어서 발매한 3집 앨범 또한 총 3곡의 수록곡이 차트인하며 연이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2008년 발매한 4집 앨범이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나아가 밴드는 휴식기에 돌입하게 된다.
Fall Out Boy 'The Phoenix'
그렇게 5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진 뒤, 2013년 5집 ‘Save Rock and Roll’을 발매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이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달성하며, 폴 아웃 보이는 복귀하자마자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다. 해당 앨범의 첫 번째 트랙 ‘The Phoenix’는 국내 게임사 넥슨의 ‘피파 온라인’의 BGM으로 삽입되고, 다양한 광고의 음악으로 사용되는 등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Fall Out Boy 'Centuries'
뒤이어 발매한 6집 ‘American Beauty / American Psycho’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빌보드 200차트 1위에 등극하였다. 수록곡 ‘Centuries’는 빌보드 Hot100 차트 8위 및 스트리밍 10억회를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이어 7집 ‘M A N I A’ 마저도 빌보드 200차트 1위 음반이 되었다. 복귀 후 발매한 세 개의 앨범이 모두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해당 앨범의 수록곡 ‘The Last Of The Real Ones’는 프리미어리그 중계의 엔딩 곡으로 사용되며, 당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손흥민의 경기를 보았던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한 곡이다.
Fall Out Boy 'The Last Of The Real Ones'
시간이 흘러 현재는 이모 펑크 록의 인기가 줄어들었고, 각종 스포츠 경기 및 광고 음악을 장악했던 폴 아웃 보이의 음악도 예전만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폴 아웃 보이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대형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하고 있으며, 많은 록 음악 팬들이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고 있다. 어쩌면 폴 아웃 보이도,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는 팬들도, 모두 미국 록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