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이어진 더미북 수업은 이번 시간, 양장본 제본을 앞둔 최종 점검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시 인쇄해서 면면을 붙여 만들 수 있는 더미북이 아니라 양장본 제본을 앞둔 만큼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다.
우선 디지털 작업물의 경우 해상도(dpi)를 최소 150, 가능하다면 300으로 맞춰야 인쇄 시 흐려지지 않는다.
또 재단 과정에서 이미지가 잘려나가지 않도록 좌우·상하에 여백을 충분히 두는 것도 중요했다. 이어 표지와 면지의 구성도 짚었다. 표지는 책의 성격을 드러내는 시작점이고, 면지는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숨을 고르는 공간이자 작품의 분위기를 확장하는 장치가 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합쳐 두었던 스케치와 텍스트를 분리하는 과정 역시 필요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따로가 아니라, 상호보완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낼 때 완성되는 것이지만 최종 인쇄 단계 이전에는 서로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분리를 해두어야 한다.
더미북 만들기 이야기를 담는 마지막 장이니 만큼 그동안의 소회와 수업 진행에 대한 팁을 전해보고자 한다.
사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워낙 그림책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기대하는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다. 막연히 수업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며 편안하게 몰입하는 장면을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두 달이 더미북 완성에 꽤나 제한적인 시간이었고, 그 덕에 원고 작성·스토리보드·스케치·채색까지 모두 과제로 수행해야 했다. 수업은 앞선 일곱 차례에 나눠 다룬 것처럼 각자의 작업물을 피드백하거나 참고할 만한 그림책을 함께 읽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두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원화 작업을 위한 도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색연필, 물감이나 붓 등 기본 도구조차 없었고, 디지털 작업 방식을 택한 뒤에도 아이패드나 펜 같은 디지털 드로잉 도구를 마련하지 못해 작화 방식이나 퀄리티를 스스로 타협해야 했다. 또 하나는 시간 투자였다. 병행해야 할 일이 많아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찼고, 과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힐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진땀을 빼는 순간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로드가 가벼워지는 걸 바라진 않는다. 함께 수강한 분들 중에는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려는 분이나 공모전 출품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어 나와는 다른 열정을 보여주고 계셨다. 이런 분들은 백이면 백 수업 시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지금처럼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는 순간들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덕에 인쇄소 선택, 그림체의 일관성, 공모전 준비 등 현실적인 조언을 어깨넘어 엿보는 경험이 꽤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가 몰랐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림책을 다시 좋아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간결한 언어와 이미지가 어떻게 감정을 움직이는지, 매 수업 시간마다 책장을 넘기며 체감했기에 그림책은 예술의 대중화와 진입장벽 완화에 적절히 응답하는 장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첫 시간에 왜 이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 나누었을 때, 나는 글을 쓰다 보면 말을 꾸미고 장황하게 풀어내며 솔직한 마음을 포장하게 되는 점을 덜어내보고 싶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림책의 언어로는 애둘러 표현하지 않고 담백하게 기록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종 원고는 여전히 다소 난해한 면이 남았지만, 작업 내내 솔직하고 꾸밈없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내 일상을 잠시나마 다채롭게 해준, 더욱 더 풍요롭게 해줄 그림책을 곁에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