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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현기증〉, 어지러움을 넘어서서 관객을 사로잡는 무언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은 강렬한 서스펜스와 새롭고 효과적인 카메라 기법을 사용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영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에 필수로 들어가는 시네필들이 사랑하는, 바로 그 영화. 사람들마다 여러 해석을 가지고 그의 영화를 분석하기도 한다. 나에겐 인간의 욕망, 두려움을 시각화하여 섬세하게 표현한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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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프닝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당시에는 영화에 파격적으로 도입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여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암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선형 모양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데칼코마니처럼 하나의 기준점을 사이로 완전히 같은 모양이지만, 그 끝과 끝이 영원히 만날 수는 없는 관계. 매들린과 주디, 그리고 스코티의 관계로 대입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영화 전반에서 색감의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대표적으로 붉은색과 녹색의 대비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의상과 공간으로 드러난다. 주인공 스코티가 매들린-동시에 주디-을 만나는 첫 순간은 술집 어니로 이곳은 붉은색 벽지로 칠해진 공간이다. 이때 매들린은 보색인 녹색 드레스를 입고 녹색 차를 끌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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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스코티의 집에서도 반복된다. 그의 집은 붉은색 현관문과 녹색 페인트로 칠해진 외벽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매들린이 영화 초반에 강에 투신했을 때 매들린은 붉은색과 녹색의 중간 지점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가 시간이 흘러 스코티의 집으로 왔을 때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반대로 스코티는 녹색 옷을 입고 매들린과 대화를 나눈다.


이처럼 영화 〈현기증〉은 무엇에 중점을 두면서 보느냐에 따라서 매번 다른 분석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영화의 종결 형식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사건이 흘러가면서, 서사가 끝을 향해 가면서 영화는 종결의 방점을 예상치 못한 곳에 찍는다.

 

 

 

2. 서사의 끝과 종결은 분명히 다르다.


 

서사의 끝과 종결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끝은 단어적 의미로 ‘시간, 공간, 사물 따위에서 마지막 한계가 되는 곳’라는 뜻이며, 종결은 ‘일을 끝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서사의 끝은 이야기가 종결되는 지점을 말하고 서사의 종결은 사건의 갈등이 끝나는 지점이다.


『서사학 강의』에 의하면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서사가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 서사는 종결을 이루고, 이러한 종결은 보통 서사의 끝에 오게 된다”(115쪽)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드시 종결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서사의 끝에 위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현기증〉이 이러한 경우에 속하는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장르를 생각해 보자. 미스터리 스릴러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미스터리가 풀리는 지점에서 갈등이 해결되고 서사의 끝에 도달하리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히치콕 감독은 그렇게 영화를 설계하지 않았다. 매들린을 미행하는 스코티는 그녀가 정말로 귀신에 빙의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가진 채 서사를 끌고 간다.


그리고 영화에서 매들린과 스코티가 사랑을 느끼게 된다. 끝내 종탑에서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갈등의 최고조에 도달한다. 그는 과거 트라우마로 높은 곳에 대한 현기증을 느끼며 매들린의 추락을 지켜만 보게 된다. 그리고 스코티는 재판을 받게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사건은 종결된다.

 

이제 영화는 서사의 끝을 보여주어야 할 것만 같다. 왜냐하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마스터 플롯의 종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코티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퇴원을 했고 매들린과 닮은 여성 주디를 만나게 된다. 서사의 끝이 아닌, 종결의 순간 이후의 빈칸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빈칸에는 ‘현기증’을 극대화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때 시청자는 코드화된 서사적 구조에서 벗어나면서 이야기에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 시청자는 영화의 장르를 다시 정립하게 된다.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로맨스 스릴러로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기대와 다르게 두 인물에겐 앞선 비극이 반복된다. 스코티는 주디에게 매들린처럼 입고 행동할 것을 강요한다.

 

그 결과 주디는 다시 종탑 위로 올라가며 진짜로 추락하여 사망하게 되고 스코티는 또다시 현기증의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마치 앞서 언급한 나선형 구조처럼 하나의 기준점인 현기증을 중심으로 종결이 두 번 반복되는 것이다.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로써 영화 〈현기증〉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서사의 끝에 도달하게 되었다.

 

 

 

3. 영화 〈현기증〉 밖에서의 '현기증'


 

마지막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현기증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한다. “현기증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의 허약함에 도취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허약함을 의식하고 그에 저항하기보다는 투항하고 싶은 것이다.”(106쪽) 즉, 주디가 느낀 현기증은 강렬한 사랑이었고 그녀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종탑에서 떨어지는 투항의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영화는 스코티가 종탑의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앞으로 그는 현기증에 저항할지, 아니면 투항할지를 통해 새로운 종결로 나아가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트라우마를 자극하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결국 영화 〈현기증〉 나선형의 계단처럼 끊임없이 반복되어 퍼지는 종결의 반복을 구조화하는 듯하다. 언젠가 발을 헛디뎌서 떨어질 것만 같고 원형이 아닌 나선형은 불균형인 것만 같은 것처럼. 그렇기에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어딘가 어둡고 어지러운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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