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지금은 마음껏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니고 계세요?

 

오늘은 참으로 날씨가 오락가락했어요. 쨍쨍한 햇빛에 속수무책으로 땀이 줄줄 흐르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어요. 밀려난 게 억울했는지, 해가 더 맹렬하게 내리쬐다가 또다시 비가 오고. 마치 날씨가 겨루는 것 같았어요.

 

근데 있잖아요. 이 날씨가 참 익숙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배웅하던 그날과 똑같았거든요. 그때도, 오늘도 신기했던 것은 힘든 감정이 넘칠 때는 비가 내리고, 마음이 조금 괜찮아질 때는 해가 떴어요. 혹시, 내 감정을 읽고 있나? 싶게 말이에요.

 

사실 연관도 없는데, 괜히 의미 부여하게 되는 거 알죠? 그래서 보내 드리는 그 날에는, 창밖을 보며 날씨로 당신 마음을 가늠하고는 했어요. 엉켜 있는 감정을 어떻게든, 어디에든 기대고 싶었나 봐요. 아, 감정이라는 게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요. 이제는 슬프지 않은 줄 알았는데, 바쁘게 살아내느라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여전히 슬펐던 거였나 봐요. 괜히 또 눈물이 흐르네요.

 

30년 만에 쓰는 첫 편지가, 이렇게도 닿을 수 없는 곳에 도착할 줄은 몰랐어요. 불효녀였죠. 자주 전화하라는 말도, 자주 찾아뵙겠다는 말조차도 지키지 못했어요. 온통 입바른 소리로만 가득했던 저였네요. 시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한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았죠. 저한테 이별은 너무 생소한 것이라, 늘 저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왜 겪고 나서야 안다고 말하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네요.

 

할아버지, 제가 웃음을 드리는 존재가 되긴 했을까요?

 

한참을 그런 생각만 했어요. 감히 슬퍼할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온갖 핑계를 대며 제대로 연락한 적도 없으면서, 울어도 되나. 그래도 안도했던 건, 마지막인지도 몰랐던 마지막 인사를 했다는 것. 그거 하나는 정말 다행이었어요.

 

사실 저는 그 마지막 인사가 잊히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그때를 기억하고 계세요? 기력없이 누워있던 할아버지 귀에 대고, 인사를 하려고 ‘할아버지!’라고 불렀잖아요. 그리고 돌아오는 ‘오냐!’라는 말. 눈물을 삼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그 순간만큼은, 예전처럼 든든한 할아버지 같았거든요.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다정히 불러볼걸. 한마디라도 더 건네볼걸. 한 번이라도 더 손을 꼭 잡아드릴걸. 대화를 했다는 안도감과, 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가 뒤섞인 마음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목울대와 가슴 언저리, 눈 끝에 머물러 제 감정이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아직도 그 음성이 귓가에 고여, 그 투박한 애정이 마음에 맺혀, 그 순간을 놓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나 봐요. 아마 생전에 나눴던 그 마지막 대화는, 오래오래 잊지 못하겠죠? 잊고 싶지 않아요. 잊힐 것 같을 때 한 번씩 찾아와주세요.

 

잘 지낸다는 이야기만 담고 싶었는데. 결국엔 이렇게 제 감정들로 가득한 편지가 돼 버렸네요. 손녀니까 이해해주실 거죠? 그냥, 그만큼 당신을 사랑했던 손녀의 작은 투정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라요.

 

손을 잡으면 꽉 맞잡아 오던 손, 부르면 오냐 하며 크게 답해주던 말, 간간이 허허 웃던 표정. 참으로 무뚝뚝한 할아버지지만, 저는 그것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투박한 애정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참 많이 사랑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요.

 

정말 하고 싶었던 거는 이 말이었는데, 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 괜히 이런저런 말을 해봤네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는 그날에는 한 번씩 그랬던 것처럼 손 꼭 잡고 여기저기 함께 여행해요. 그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언제나 자유롭게 다니고 계세요. 그때까지 저도, 웃으며 잘 지낼게요.

 

그러니 가끔, 날씨를 통해서라도 안부를 들려주세요.

 

 

KakaoTalk_20250829_202651782.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