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사진과 더불어 당대 풍경과 일상을 포착하기 능하다. 일상적 풍경과 인물상, 가치, 이상향을 담아내기 적절한 것 또한 그림이기에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의 모습을 파악하기 용이한 것도 어찌 보면 그림일 테다. 그렇다면 19세기의 나폴리를 담아낸 그림들은 어떠하였을까? 여기 격동의 19세기를 겪던 나폴리의 물결을 느껴볼 수 있는 컬렉션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 나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 나폴리를 거닐다>를 다녀왔다. 마이아트뮤지엄과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이 협업하여 엄선한 19세기 회화 컬렉션은 유화 68점, 파스텔화 4점, 수채화 1점, 소묘화 1점, 총 74점의 명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5년 11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해당 컬렉션은 ‘도심 속 미술관에서 즐기는 나폴리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구성하여 이탈리아 남부가 겪은 사회의 변화와 그 시대 삶을 조망한다. 이를 총 네 가지 섹션, 1부 ‘Female Images. 그녀들을 마주하다’, 2부 ‘Interiors. 각자의 방, 각자의 세계’, 3부 ‘Gioacchino Toma, evoking the state of mind. 토마의 시선’, 4부 ‘Exteriors. 빛이 있었고, 삶이 있던 곳’으로 보여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섹션이 있다면, 바로 전시의 문을 열던 1부 ‘Female Images. 그녀들을 마주하다’일 것이다. 격동의 19세기, 당시 나폴리는 군주제에서 이탈리아 통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기를 겪으며 사회구주와 이상향, 일상 또한 변화하였다. 여성상 또한 변화하였고 그러한 흐름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해당 섹션이었다.

당시 두 가지 여성상, 귀족과 서민뿐이었던 이탈리아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중산층의 성장을 통해 다양한 여성상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로운 이상적 여성상, ‘살롱(salon)’의 주역이자 사교계의 세련되고 재치 있는 여성의 모습을 제시하였고, 이는 당시 회화에도 스며들게 된다.
첫 번째 섹션 중 ‘귀족 여성’ 파트에서는 왕비의 기념 초상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 살롱에서 주목받았던 여성들의 초상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부드럽고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내는 초상들. 그와 더불어 ‘서민 여성’에서는 비교적 정제되지 않아 보이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주체 의식과 강인함 속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회화 또한 살펴볼 수 있어,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점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해당 섹션에서는 문학 작품의 서사와 일상적 풍경 속 여성을 그려내며, 개인적인 순간을 통해 시대의 비극과 불안, 그 속에서 품는 이상과 따뜻한 정서를 담아낸다.
특히 모세 비앙키의 <공포(The fear)>란 작품은 실체 없는 존재의 위협을 그려내는데, 그 색채는 명랑한 데에 비해 거대한 구름 같기도, 바람 같기도 한 존재가 휘몰아치며 모녀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듯한 인상이 독특하다. 흩어지는 듯한 거친 붓질은 불안정한 기운을 더하고 몽롱한 파스텔 색감은 환상 혹은 허상에 휩싸인 것처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의 이야기에서 사회를 느낄 수 있다는 것과 이 작은 도심 속에서 19세기의 나폴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왜 18세기 유럽 예술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 Vedi Napoli e poi muori.”라는 말이 회자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19세기의 나폴리가 간직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캔버스 위로 내려앉았는지 감상해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