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눈을 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심리학에 깊은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이 말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눈을 그릴 때이기도 하고, 표정은 억지로 지어낼 수도 있고, 몸짓을 꾸며낼 수도 있지만, 감정에 따라 흔들리는 눈빛까지는 감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물화를 감상할 때면 언제나 눈에 오래 시선을 두게 된다. 멈춘 듯 고정된 캔버스 속에서도, 먼 옛날의 모델과 현재의 내가 유일하게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 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원해요!] 라는 제목의 유화.
고혹적이고도 편안한 느낌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에서 마주한 여러 작품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두 점의 작품도 그러했다. 표정과 분위기는 서로 사뭇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표정과 눈길에서 강렬한 끌림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첫 번째 그림의 인물은 얼굴 가득 웃음을 품고 있었다. 발그레한 뺨과 적당히 편안하고도 고혹적인 눈길,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단순한 미소를 넘어,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는 관객에게까지 시선을 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목 또한 무척 인상 깊었기에, 유쾌한 제목이 작품에게 힘을 싣어줄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덕분인지,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을지라도, 작품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와 고혹적인 웃음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두 번째 그림의 인물은 사뭇 다른 시선을 건네왔다.
가만히 웃고 있는 얼굴보다 감정을 싣은 얼굴이 훨 그리기 어렵다는 것을 종종 느끼는데, 이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이 곧바로 전해지는 듯해 나 역시 기분 좋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상기된 뺨과 살짝 벌어진 입술, 그 위로 올린 손까지 그림의 모든 요소가 모델이 가진 행복하고도 즐거운 기분을 드러내는 듯했다.
물론 가장 깊게 와닿은 것은 모델의 눈빛이었다. 대부분 하이라이트(눈의 반짝이는 부분)는 화이트 물감으로 가장 마지막에 찍는데, 이 그림의 경우 모델의 눈에 담긴 빛이 유달리 반짝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행복한 사람의 얼굴은 유달리 빛난다고 하던가, 그 말을 잘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기에 다른 그림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특히 눈길을 끄는 그림이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인물화의 매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감정의 결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된다. 그래서 인물화를 볼 때마다 단순한 그림 이상의 체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오래전 한 사람과 지금의 내가 캔버스를 매개로 나누는 대화와도 같았다.
이런 경험은 현재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전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에서 즐길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잘 그린 인물화를 전시하기 보다는, 19세기 나폴리 미술을 통해 당시 사회와 문화를 읽어내는 자리이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예술가들이 포착한 인간의 감정과 개성은, 회화 속 인물들의 눈빛과 몸짓을 통해 오늘날까지 생생히 전해진다. 나폴리의 공기와 그곳 사람들의 삶이 화폭에 스며들어,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하나의 시대와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을 경험하게 하는 통로가 되어준다.
내가 감상한 두 작품 역시 그 시대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서 발견한 삶의 희망, 도전적인 눈빛에서 느낀 자신감과 자유로움은 결국 시대를 넘어 그림에 담고 싶은 감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2025년 8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작품 앞에서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시대를 건너온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