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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영화 「내 말 좀 들어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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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소파를 정리한다.

 

이미 충분히 말끔한 화이트 톤의 거실인데, 손길은 쉴 새 없다.

 

곧 현관문이 열리고 아들 모지스가 들어온다. 팬지는 못마땅하다는 듯 불평을 쏟아내고, 모지스는 익숙하다는 듯 대꾸 없이 방으로 향한다. 팬지는 그 뒤를 따라가 모지스의 장래까지 독설을 던지고서야 대화는 끝난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관객석에는 긴장감이 깔린다. 찌푸려진 미간이 풀릴 틈 없는 인물, 팬지 때문이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풍경은 비슷하다. 이웃, 마트 직원, 주차장에서 마주친 운전자까지 팬지의 불만과 날선 말에 얼어붙는다. 상대는 가까스로 인내하거나 맞받아치다 싸움으로 번진다. 소파 매장에서는 “사지도 않을 거에 왜 퍼질러 앉아 있느냐”는 말을 쏘아붙이고, 병원에서는 의사에게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 장면에서 객석에 탄식이 터져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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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샨텔은 정반대다.

 

미용실에서 손님들의 갖가지 인생 얘기나 사적인 고백까지 받아내며 농담을 건네는 푸근한 얼굴이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팬지라는 성게를 샨텔이라는 바다가 감싸는 듯 대비가 선명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날 성묘 앞에서, 샨텔은 끝내 인자하게 미소 지어보일 수 없었다. 팬지는 헌화를 거부하고, 샨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드러낸다. 그 앞에서 팬지는 처음으로 무너진다. 그녀의 상처 입은 아픈 기억을 토해내며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팬지에게 샨텔은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린 모두 언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팬지는 실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연민을 불러낸다. 그녀의 날선 말들이 우리가 삼켜올 뿐이었던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작은 인기척에도 화들짝 놀라는 예민함, 스치는 풀과 바람조차 꺼려하는 불안도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팬지는 결코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샨텔과 달리 남편과 아들 모지스는 그녀의 언행에 무심하다. 귀를 닫아버린 듯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었을지 몰라도, 끝내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안부를 묻고 그녀의 마음을 기다릴 여유까지는 없어보인다.

 

각자도생의 풍경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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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말 좀 들어줘」는 다양한 인물과 관계를 통해 현대사회의 외로움과 불안을 첨예하게 비추면서도, 그것을 함부로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결말에 이르면 팬지가 끝내 타인과 거리를 두는 인물로만 보이지 않음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음을 확인시킨다.

 

‘내 말 좀 들어줘’라는 제목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다. 원제인 ‘Hard Truths’가 말하듯, 온전히 이해 받기를 바라지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은 괴롭고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다.

 

하지만 팬지도, 샨텔도, 모지스도, 팬지의 남편까지도 결국은 혼자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희망은 있다.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불완전한 채로라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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