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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맆소녀(The Silent One) - 극단 생존자프로젝트 - 포스터 370 520.jpg

 

 

생존자프로젝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공동기획


아동학대와 방임에 대한 시선,

소리 없는 폭력, 고통받는 몸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202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수상자 본주가 연출한 연극 [맆소녀(The Silent One)]가 오는 9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생존자프로젝트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재연된다.

 

날카로운 시선과 사회적 의제를 견고하게 직조해 온 극단 생존자프로젝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초연 이후에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맆소녀(The Silent One)]는 한 소녀의 실종과 그 침묵의 기원을 추적하는 구조를 따라간다. 개발도상국의 담배 농장, NGO 자원활동가, 공동체의 폭력, 수간과 실종, 신고의무자의 방관, 모든 것은 극에서 허구에 지나지 않는 신화적 성격으로 전개되지만, 관객은 이 서사가 누군가의 현실 증언일 수 있음을 잊지 않게 된다.

 

연출을 맡은 본주는 "[맆소녀]는 쌓이고 굳어진 기억의 파편을 깨뜨려, 그 속에 감춰진 아픈 몸과 기억이 세상과 마주하도록 하는 공연이다. 서로의 고통을 발견하고, 몸과 몸이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2024년 [공동창작 실패 다큐멘터리: 생존자프로젝트는 생존할 수 있을까]로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며, 2025년 두산아트센터 DAC Artist로 선정됐다. 이번 재연은 수상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식 무대다.

 

극단 생존자프로젝트는 지난 수년간 위계폭력, 젠더폭력, 가정폭력 등 몸에 새겨진 폭력의 계보를 연극의 방법으로 탐색해 왔다. 이번 [맆소녀(The Silent One)]는 그 연장선에서 '생존'과 '연대'를 키워드로 사회적 무관심을 드러내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윤리적 태도를 묻는다.

 

이번 공연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며, 농인 관객을 위한 수어통역, 자막해설, 열린객석을 일부 회차로 운영한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로웨이스트 플리마켓이 병행되며, 공연 제작과 환경 감수성이 만나는 실천적 예술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대상 할인 정책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의료인, 교사 등 아동을 실질적으로 돌보는 현장 전문가들에게 이번 공연이 예술적 환기와 실천적 응답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다.

 

[맆소녀(The Silent One)]는 2024년 초연 이후 극단 생존자프로젝트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으며, 재공연을 통해 주제의식의 성장, 연극적 순기능, 그리고 접근성의 정교한 균형을 통해 연극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의 범위를 다시 한 번 넓힌다.

 

*

 

시놉시스


초승: 시바에게 바치는 기도

상현: 들개의 발자국

망: 제3의 눈

하현: 소를 탄 소녀

그믐: 움직이지 않는 아이

삭: 눈을 가진 아드하르

 

NGO 단체 의료 활동을 자원한 연영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또래보다 몸집이 큰 소녀를 발견한다. 불법 아동 노동 농장에서 담뱃잎을 수확하는 소녀 '까이'다. 까이는 노동법 위반으로 체포된 엄마 '시마'의 부재로 단체의 보호를 받는다. 연영은 까이가 니코틴 중독과 거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난치병 캠페인을 기획하지만, 시마의 반대로 그녀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한다. 파견 내내 환청에 시달리던 연영은 까이가 듣던 들개의 발소리에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마을에서 수간 당한 소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폭동이 일어나고, 소의 죽음과 함께 까이가 실종된다.


*


연출의 말


사람은 수많은 기억의 파편으로 지어진 구조물과 같습니다. 드러나 비쭉 날을 선 파편이 있는가 하면 깊숙한 곳에 박혀 닿지 못하는 파편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 굳어진 단단하고 무거운 구조물을 깨뜨리고, 그 안의 속살이 세상을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무뎌진 감각 속에도 몸은 기억합니다. 인물의 새로운 몸짓이 파편을 건드리고 고통을 일깨웁니다. 아픈 몸과 화해하기 위해 몸으로 대화하는 공연으로 완성되었으면 합니다.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전하는 제3세계 이야기가 구조물에서 피조물로, 피조물에서 독립된 생명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그 속에 피해자가 있고, 또 피해자가 있습니다. 서로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기꺼이 몸과 몸이 연대하고 바로 설 수 있기를.


*


극단 생존자프로젝트

 

신체적·정신적 폭력으로 조물된 인물이 사회 안에 귀속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생존자프로젝트 무대에 언제나 사회 문제가 공생하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최근에는 폭력에 대한 주제 의식을 확장하여 몸이 기억하는 역사에 관심을 가집니다. 사회의 역사와 개인의 역사가 빚는 갈등은 폭력의 역사를 이야기하게 합니다. 동시에 연대할 수 있는 연극적 목표를 찾게 합니다. 가정 폭력, 위계 폭력, 젠더 폭력 등, 우리 안의 폭력과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하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를 연극으로서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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