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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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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단 하나의 기억만 남는다면, 어떤 순간을 품고 떠날까?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이 질문에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답한다. 망자는 천국에 가기 전, 중간역인 ‘림보’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살아온 인생 중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하나 고르는 것이다. 그렇게 선택된 기억은 영화로 재현되고, 망자는 그 영화를 가슴에 품은 채 천국으로 떠난다.


림보의 직원들은 망자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을 찾아내도록 돕는다. 그런데 한 할아버지, 이치로는 끝내 좋은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자신의 인생엔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를 돕기 위해 직원들은 그의 삶이 담긴 수많은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준다. 그러던 중, 젊은 시절 부인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조심스레 말하던 장면이 포착된다. 그는 그 미소와 설렘 속에서, 그때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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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서 행복한 것 


 

영화를 보고 난 뒤, 문득 과거의 하루가 떠올랐다. 언젠가 버킷리스트였던 ‘유튜브 영상 올리기’를 실현한 날이었다.

 

오랜 친구와 함께 오래된 노포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음식을 리뷰하는 영상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묘하게 불안했다. 영상 속 내가 어색하게 보이진 않을까, 괜히 바보처럼 굴진 않았을까.


며칠 뒤 영상을 다시 보니 의외로 재미있는 장면이 꽤 있었다. 카메라 테스트 중 나누던 100만 유튜버가 되었을 때의 상상, 엉뚱한 앵글과 엇나간 멘트, 그리고 많은 주문과 주인장의 서비스로 점점 차오르던 테이블. 대부분 영상 속에서 나는 웃고 있었다. 익숙한 공간, 편한 친구, 맛있는 음식.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그 속엔 분명 ‘행복’이 있었다. 다만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행복은 거창한 사건에만 깃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곁에 있지만 눈여겨보지 않은 순간 속에 숨어 있다. 중요한 건 ‘행복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의 상태다.

 

림보의 관리자 나카무라는 말한다. “달은 참 재밌죠. 실제 모양은 변하지 않지만, 각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보이니까요.” 같은 달빛도 누군가에겐 매일 똑같고, 누군가에겐 유난히 반짝인다. 시오리는 “늘 똑같다”며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모치즈키라는 직원은 50년간 그곳에서 일하면서도 오늘따라 “천장의 달빛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달빛이 변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마음이 변하면 풍경도 달라진다.


언젠가 나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지난날의 행복들을 풍성하게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온 인생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작은 행복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언뜻 스쳐가는 빛 한 줄기, 웃음 한 번, 따뜻한 식사의 온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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