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나면, 마음 한 곳이 깊이 아려오기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내게 그러했다. 아주 오랜만에 내가 보고싶었던 정서를 너무 아프고 아련하게 담아낸 일본 영화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흥분감이 밀려왔다.
영화는 철도원 오토의 어쩌면 일생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총체적 삶을 영화는 담담하게 담아낸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와 비슷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직업, 철도원과 증기기관차. 이 영화는 추억에 관한 영화처럼도 느껴진다.
중간중간 과거의 장면이 흑백으로 비춰질 때 그러한 느낌은 더 커진다.
영화 자체도 필름 특유의 색감으로 그 설원의 풍경을 담아 무척이나 아름답고 아련한데, 거기에 흑백까지 더해져 그 아련함은 더 커진다. 좋았던 건 그런 화면에 붉은 색깔의 옷, 인형 등이 흑백 화면속에서도 유유히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따뜻한 겨울의 정서.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 떠오르기도 했던 그 영화 속 장면. 과거의 어떤 한 순간이 그 필름의 형태로 담겨져 시간이 흐른 현재로 잔잔하게 전해지는 미묘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철도원 오토의 삶은 참 애처로웠다. 철도원이 된 순간부터 수십년간 깃발을 들며 열차를 마주하고 떠나보내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하는 그의 일생.
그런 일생 속에서도 그를 항상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이해준 아내, 그리고 17년만에 기적적으로 출산한 딸. 그러나 결국 딸과 아내가 죽게 되고, 그렇게 죽는 순간마저 그는 철도원이 가진 책임감으로 마음 편히 그들을 떠나보내지도, 그들의 죽음을 함께하지도 못했고 평생 그의 가슴 속에는 그런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깊게 뿌리내렸다.
그의 딸 유키코에 대한 환영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의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는데 이 장면이 난 참 슬펐다. 소설 '오세암'이 떠오르기도 하고,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이 아이'도 떠오르는 듯 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고맙게 느껴진 건 그런 그의 애처로운 삶 속에서도 '센'이라는 친구 하나는 만들어준 것이다. 결국 마지막 그를 떠나보내는 열차 또한 그가 직접 운전해주는데 그 기차의 행로를 떠오르는 엔딩크레딧과 동시에 끝까지 바라본 것 같다.
영화에 악인도 없고, 크나큰 사건도 없지만 정서적으로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 아내와 딸이 죽게 되는 그것 자체가 어쩌면 그 어떤 사건보다 가장 비극적이라면 비극적인데, 그것 또한 극적으로 다루는게 아니라 너무도 태연하게 다뤄 되려 마음이 깊게 아려왔다.
그것을 담담히 마주하는 그의 표정과 행동이 그 아려오는 마음을 더 찔러오는 듯 했다.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비밀'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한국영화 '기적'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 어떤 영화보다 단연코 이 영화가 가장 인상적이고 정서적 울림이 큰 것 같다.
계속해서 이 영화, 이 영화를 볼 때의 정서를 상기할 때면, 졸린 눈을 비벼가며 봤던 오늘의 새벽을 추억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