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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경: 잡념을 떠나,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


공연장에 들어서면 불이 켜진 무대 위, 배우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어떤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 도념은 고요히 앉아있지만, 주변은 어딘가 스산하고 어쩐지 불안하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공연사진02.jpg

 

 

극이 시작되고 어린 도념과 도념이고 싶었던 이가 마주한다. 과거를 반추한다.

 

온전히 도념이 되지 못했던 과거를 떨쳐내지 못하고 어린 도념과 함께 예순이 되었다. 과거를 과거로 묻지 못하고 실패를 반성하고 생각하고 곱씹는다는 건 어떤 일일까.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현실, 그러나 실재하지 않는 어린 도념.

 

그는 삼도천을 건너기 전,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를 만났지만 도념에 대한 미련으로 죽음을 거스른다.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안다고 착각했던 것. 초반의 이 대화는 이후 그가 새로이 도념을 연기할 때 한번씩 떠오르곤 했다. 죽음을 거스르는 동안 깨달았던 것들, 그리고 다시 눈앞에 등장한 그때의 지하 연습실.

 

이때의 그는 무언가를 알고있는 상태로 다시 도념을 연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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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나는 연극을 할 거야"

 

사고의 흐름과 함께 감정이 이입되니 어쩐지 그가 세상 가장 완벽한 도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독은 모두를 내보내고 그에게만 다시 연기를 해보라고 시켰다. 온전히 자신을 비워내고 도념으로 채워넣는 일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금 만들어내는 도념은 완벽할 수 있을 지 그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를 따라간다.

 

과거의 한 장면이 지나간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는 그와 빈소에 방문한 동료들. 모두가 연극에 진심이라 이 상황에서도 감정과 상황을 연기 참고 자료로 삼는다. 그 역시 상중에도 도념을 연기 생각에 빠져있다. 어머니를 찾는 도념을 연기하며 대사를 연습할 때, 돌아가신 엄마는 그가 자신을 찾는 줄 알고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말한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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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경'은 연극을 만드는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내 연극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배우 '지춘성'의 세상이 잠깐 드러났다. 실제로 91년도 연극 '동승'은 그의 대표 작품이며 그때의 연기로 서울연극제에서는 남우주연상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에서는 인기상을 거머쥐었다. 사람들이 여전히 수십 년 전 연극을 언급하며 동승과 도념을 칭찬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때 동승, 그때 동승. 야이씨 난 그때 동승이 아니라 지춘성이야!" 도념에 대한 미련에는 연극배우가 오랜 시간 묵혀온 여러 가지 감정이 혼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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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가 만든 어린 도념을 없애고 그의 마음대로 동승과 도념을 만들어나간다. 도념을 완성하기 위한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이 무대에서 재현된다. 원형은 파괴되고 동승과 도념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완벽한 완성에 도달하지 않았다.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완성"

 

*

 

"이까짓? 이까짓 것? 니들은 이까짓 거에 단 한 번이라도 뜨거워져 본 적 있어?"

 

한세덕 연출가는 '연극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삼매경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때가 몇 번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이 너무나도 연극이었다고 생각한다. 보는 순간 내내 강렬했다. 극과 배우들의 깊은 농도가 짙은 얼룩을 남기고 갔다. 지춘성 배우가 아니었으면 성립되지 않았을 것 같은 설정과 별다른 장치 없이도 공간을 채운 배우들의 저력. 완성이나 완벽같은 흔한 개념 말고, 별개로 존재하는 어떠한 기준선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모처럼 지극히 연극스러운 연극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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