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사람들은 모두 마음 한 편에 자신의 ‘인생 영화’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기준대로 “이 영화는 안 보면 후회한다” 라고 판단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나에게는 인생 영화가 계속 바뀌어왔다. 한 마디로 줏대가 없었다. 어떤 영화를 보면 “와 진짜 이건 인생 영화다~” 싶다가도, 또 다른 재밌는 영화를 보게 되면 “이거 이제 내 인생 영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중학교 3학년부터 21살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마음의 변하지 않는 인생 영화가 있으니, 바로 <너의 이름은>이다.
처음 광고에서 들려온 “키미노… 나마에와…!” 는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그냥 아련한 애니메이션이구나!” 에서 그쳤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서의 반응은 180도 달랐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색감, 줄거리, 주인공들의 서사들, 모든 요소가 나의 생각을 이 영화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
이토록 나에게 인상 깊었던 영화, <너의 이름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낯선 가족, 낯선 친구들, 낯선 풍경들... 반복되는 꿈과 흘러가는 시간 속, 마침내 깨닫는다. 우리, 서로 뒤바뀐 거야? 절대 만날 리 없는 두 사람 반드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되다. 서로에게 남긴 메모를 확인하며 점점 친구가 되어가는 ‘타키’와 ‘미츠하’ 언제부턴가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자 자신들이 특별하게 이어져 있었음을 깨달은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가는데...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으면 안 되는 사람, 너의 이름은?”
이 영화는 타키와 미츠하,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어느 순간부터 두 주인공은 몸이 바뀌게 되었고, 또 어느 시점부터 몸이 바뀌지 않아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애타게 찾는다. 처음 보았을 때는, 몸이 바뀌게 된 이유와 또 몸이 바뀌는 것을 멈추게 된 이유도 이해하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짜리 아이가 이해하기엔 많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계속 영화를 보고, 또 보다 보니 그제야 이해가 갔던 것 같다. 어쩌다가 16살부터 21살의 지금까지도 나의 인생 영화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하며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처음 <너의 이름은>을 봤던 순간
난 여전히 중학교 3학년 때, 교실에서 봤던 이 영화를 잊지 못한다. 전문 영화관에서 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험이 끝난 중3이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이 보여주셔서 봤던 영화였다. 처음에는 흥미도 없었다. 오히려 딴짓하며 보는 둥 마는 둥 하였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터 어느샌가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갑자기 남자주인공이 어떤 곳을 뛰어다니며, 애타게 여자주인공을 찾았다. 결국 둘은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이름을 교환하려던 찰나, 갑자기 여자 주인공이 사라졌다.
이 장면부터 완전 풀집중으로 영화를 보았다. 알고 보니, 그 여자주인공은 죽은 것이었다. 여기서 1차 눈물샘이 터졌다. 앞 내용을 유심히 보진 않았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이입이 너무 잘된 탓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성인이 된 두 주인공이 결국엔 한 계단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서 2차 눈물샘이 터졌다. “결국은 만났구나…!”라는 감격의 눈물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5번 봤다. 볼 때마다 새로운 디테일들, 새로운 서사들이 보였고, 볼 때마다 아는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눈물샘을 개방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울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영화를 잊지 못한다. 이 영화가 나에게 남겨준 여운이 너무너무 강렬해서.
내가 빠졌던 부분들, 명장면 소개
남자 주인공 타키가 여자주인공 미츠하를 다시 찾기 위해, 미츠하가 살던 마을인 이토모리로 간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몸이 바뀌긴 했지만, 그 둘은 3년의 시간차를 두고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뀌지 않는 몸에 이상함을 느껴 미츠하의 자취를 따라간다. 그러다 미츠하가 살던 마을에 유성이 떨어져 마을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츠하가 죽어 결국은 몸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미츠하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미츠하를 찾아 마을 사람들까지 같이 구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츠하를 애타게 찾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로서로 안 보이지만, 허리에 차고 있던 방울의 띠링- 소리와 함께 서로서로가 같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가 보이게 된다. 이 장면은 정말 단연코 내가 뽑을 최고의 명장면이다. <너의 이름은>에 미친 사람들은 방울 소리만 들어도 울컥한다. 이 장면 때문이다.
이 장면은 해가 지는 황혼의 배경으로 하는데, 이 노을 진 색감이 두 주인공의 애절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미츠하와 타키가 애절하게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다가, 결국 미츠하는 사라지고, 타키도 미츠하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 홀로 남겨진 타키와 그 노을의 배경은 애절함에서 외로움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이것이 정말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 장면을 보면 마음속의 뭉클함을 감출 수가 없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이 영화는 2017년 1월부터 시작해, 사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타키와 미츠하의 애절함, 또한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여름의 색감,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는 J-하이틴의 감성까지, 모든 요소를 갖춘 <너의 이름은>. 영화관에서 재개봉을 할 때나, 혼자 OTT로도 꼭 한 번쯤은 즐겨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