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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평면.jpg

 

 

숏츠와 릴스, 수많은 요약 영상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도파민은 과잉 공급되고, 디지털 디톡스는 마치 고행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저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책망한다. 유익하지 못한 습관, 끝까지 가지 못하는 집중력, 산만하게 흩어지는 의식. 모두들 그 결핍에 괴로워하며, '집중하는 능력'이라는 이름의 해답을 구하러 온다.

 

하지만 저자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한다. "이 작은 책을 읽으며 여러분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기적들에 다시금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 말은 단순한 위로로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너무 쉽게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보게 만든다. 우리는 대개 산만함을 경계하며 살아간다. 뭔가에 몰입하지 못하면 쉽게 자기 자신을 질책한다. 그것은 일종의 문화적 강박에서 비롯된다.

 

 

하나에 몰두해 바삐 움직여야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이다. (p. 29)

 

 

밴줄렌은 이러한 통념을 뒤흔든다. 고전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사유를 인용하며, '쓸만한 집중력'이 아니라 '가치 있는 집중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의식은 본래 갈지자처럼 흔들리는 법이다. 파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갑자기 내일 출근이 괴로워지며, 그러다 짧은 영상에 웃음을 터뜨리는 그런 흐름. 인생은 바로 그런 우연한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흐름을 '기본값'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래 갈팡질팡하는 존재임에도, 그것을 무질서로 판단하고 통제 불가능한자신을 꾸짖는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갈피 잃은 흐름이야말로 사고의 여백이자 창조의 시작점이라고.

 

이 사유는 '게으름'이라는 단어와도 맞닿아 있다. 요즘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가치 있어야' 한다. 시간의 낭비가 곧 인생의 낭비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밴줄렌은 몽테뉴의 생각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몰입에 이르려면 자유롭고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어야 한다."

 

몽테뉴는 형식에 얽매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통제가 곧 미덕으로 여겨지는 오늘 날, 그의 주장은 새삼스럽다 못해 급진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이 오래된 사유 속에서 오늘날의 혼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끝없이 뭔가를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것을 반추하는 능력은 잃어가고 있다. 반추는 단순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의 두께를 만드는 작업이다.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보고, 실패의 이유를 되짚고, 때로는 스스로를 설득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 대목에서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수학 실력이 바닥이었던 나.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도와준 것도 아니었지만 느리더라도 끝까지 오답노트를 작성하며 '왜 틀렸는지'를 이해하려 애썼다. 쉬운 길 대신, 모르는 상태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려 했던 그 지난한 시간이 결국 성장을 만들어냈다. 그런 반추의 힘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산만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단순히 산만함에 휘둘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p. 138)


 

그는 산만함을 합리화하지 않는다. 분명한 전제를 두고, 산만함을 의식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가능할 때, 우리는 목표지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인식의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선적인 효율성과 정답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성이란 단어가 과장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사유의흐름이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 공간. 바로 거기서 창조적 영감은 시작된다.

 

이 책이 '창조'나 '영감'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남발하지 않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오히려 그 단어들이 지닌 막연한 로망 대신, 밴줄렌은 명료하고 간결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을 되짚는다. 산만함에 대한 인식, 몰입에 대한 오해, 반복과 반추의 가치, 그리고 조용히 떠오르는 사유의 파편들. 이 모든 것은 지금 내가 지쳐 있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혹시 지금의 나는 집중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정해진 길을 찾지 못해 불안한 것이 아니라, 길은 애초에 정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책을 덮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길은 뚜렷하지 않다. 뚜렷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다만, 그 안에서 흔들릴 수 있어야 한다. 멍하니 떠오른 생각들을 품고,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조차 나를 돌아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창조적 행위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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