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고도 낯선 나라, 중국을 다녀왔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중국 여행이 너무 즐거웠다’라는 친구의 말에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머뭇거려지는 마음에 가지 않았던 이웃 나라가 아닌가? 덜컥 다녀오기엔 무언가 큰마음을 먹어야 할 것만 같았다.
우습게도, 칭다오엔 정말 ‘덜컥’ 다녀오게 됐다. 강원도 묵호로 예정되어 있던 여름휴가를 대뜸 ‘해외여행을 가자!’며 가장 가깝고 저렴한 칭다오로 바꾼 것이다. 늘 언니와 이야기했었던 ‘둘만의 해외여행’이 지금이 아니고선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자마자 그렇게 되었다. 늘 취업과 진학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여서 더욱 소중한 기회였고, 대학생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물가가 저렴한 중국을, 최대한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비행시간이 정말 짧은 칭다오를 골랐다.
공항까지의 두 시간을 합친다면 총 세 시간 반, 그러니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 적당한 고속열차의 소요 시간만큼을 들여 뚝딱 칭다오에 도착했다.
이민국 앞에서 긴 줄을 서고 또 어딘가 친숙한 지하철에 실려 도착한 칭다오 시내는 내 기대 이상의 마천루들로 가득했다. 거대한 쇼핑몰들, 신기한 양식의 정부 건물들을 지나 호텔에 짐을 풀고, 내리쬐는 햇볕을 조그마한 양산으로 피해 가며 3박 4일간 칭다오를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칭다오의 여러 관광지를 빨빨 돌아다닌 소감은 “여기 또 오자!”다. 언니와 함께했던 쇼핑, 식사, 주전부리 구경, 경치 감상이 모두 너무 즐거웠다. 쇼핑이야 중국도 한국과 거의 다를 바 없이 비쌌으므로 보류했지만, 끊임없는 아이쇼핑과 이색적인 간식거리들을 맛보고 구경하는 맛이 쏠쏠했다. 길거리에서 팔던 깨를 잔뜩 묻힌 소시지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 양념이 참 맛있었는데!
“여기 또 오자!”는 감상의 50퍼센트는 사실 저렴한 물가에 기반한다. 짧은 비행에 교통비도 저렴하고, 또 과일이 한국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저렴해서 마트 세일 시간만 잘 맞추면 몇 팩의 과일은 5천 원 아래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게 문화 충격이었다.
고민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냥 한 팩 더 가져가라며 바코드를 지워주는 마트 직원의 인심이 따듯했고, 그렇게 사 온 과일들이 하나같이 참 달았다. 어떻게 이런 맛있는 과일들이 이렇게나 저렴할 수 있지? 한국 식자재가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과일값의 차이가 엄청났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라며 둘째 날부터 우리는 과일을 뱃속에 한가득 집어넣고 잠에 들었다.
관광지 근처의 조그마한 기념품점마다 방문객들이 마음껏 찍을 수 있는 도장이 가득해서 신기했다. 정말 그냥 찍어도 되는지 눈치를 조금 보다가, 자그마한 엽서를 하나씩 사고 쾅쾅 도장을 찍어왔다. 혹시 필요할 일이 있을까 싶어 챙겨 다녔던 수첩 위에는 칭다오라는 이름을 조각한 도장, 바다 위를 날아가는 갈매기 도장, 건배하는 맥주가 그려진 도장이 추억과 함께 꾹꾹 찍혔다.
아마 도장과 관련된 안내문이었던 것 같다
칭다오는 1898년 독일에 의해 개항된 바 있는데, 이후 독일에서 세운 맥주 공장과 여러 건물로 아직도 이국적인 정경과 칭다오 맥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기념품이 맥주와 맥주 안주이기도 하다. 작은 독일 마을에 온 듯 붉은 지붕과 살구색 건물이 가득한 도시, 칭다오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푸른 여름의 숲, 그리고 파란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그 풍경이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왜 이 멋진 경치를 가진 공원이 작은 물고기라는 뜻의 ‘소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어산 공원 맨 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전경이 참 좋았다. 아쉽게도 날씨가 약간 흐려 화창한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그렇지만 맨눈으로 보았을 때 흐린 하늘 아래 놓인 도시가 얼마나 조화로웠는지는 똑똑히 기억해 뒀다. 다음에 또 가야지.
친절했던 현지 주민들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중국은 한국과 비슷하게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우리만큼 외래어를 발음 그대로 채택하지 않아서 단순한 소통도 어려운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나)에게도 너무 친절했다. 파파고를 열심히 돌려 ‘주문한 음료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곳으로는 어떻게 가나요?’, ‘이것 하나는 얼마인가요?’라고 물으면 늘 핸드폰 어딘가에서 번역기를 찾아내 자세히 알려주거나 손짓발짓을 동원해 최대한의 정보를 주려 노력해 주었다. 아무리 관광 도시라지만, 외지인에게도 상냥한 친절함을 갖출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 감동했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꼭 중국어를 어설프게나마 공부하고 와야겠다. 또 마주하는 관광지의 직원이 있다면, 그때는 고마웠다고, 당신의 친절 덕분에 칭다오에 돌아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회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중국 여행을 꺼리는 이가 있다면, 우선 칭다오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멋진 야경과 고즈넉한 골목, 북적이는 쇼핑몰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 당신의 마음에 슬며시 “여기 또 오자!”는 생각이 들어찰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