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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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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어지는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가자지구에서 공습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의 소식, 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도시의 영상을 보며 다시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에게는 특별한 것 없었던 하루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짓누른다.


이번에 새롭게 4K 리마스터링되어 재개봉하는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은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화염>이다. 아쉽게도 무대에 올라간 형태로는 보지 못했지만, 희곡을 읽었기에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고, 이번 재개봉으로 영화를 처음 감상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 역시 연극으로 관람한 후, 큰 충격을 받아 5년 후 영화로 선보인 것이 바로 <그을린 사랑>이다.


원작을 먼저 접한 만큼, 영화를 감상하며 희곡과 많은 부분을 비교해 보았다. 작품 자체에 관한 이야기와 희곡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생긴 차이, 그리고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 싶었을 부분을 생각해 보며 영화를 리뷰해보고자 한다.


원작 희곡 <화염>은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비극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레바논 태생으로, 어릴 적 내전을 피해 가족과 프랑스로 망명한 후 캐나다에 정착한다. <화염>이라는 작품의 시작은 작가가 레바논계 캐나다 사진작가에게서 들은 내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소하 베차라라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 레바논을 떠나 내전의 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작가에게 동년배인 베차라가 겪은 이야기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후 그의 삶을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중에는 직접 만나며 <화염>의 인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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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나왈이라는 인물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나왈이 아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아이의 아버지가 난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 여정에서도, 나왈은 전쟁으로 쓰러져간 사람들을 계속 목격한다. 전쟁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린 보육원을 보았고, 죄 없는 아이가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종교와 이념을 떠나 분노한 나왈은 가정교사로 잠입해 민병대 지도자를 암살하고, 15년간 감옥에 갇혀 고문당한다. 다른 수감자의 비명에도 멈추지 않고 노래를 부른 나왈은 ‘노래하는 여인’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작품의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은 나왈이 죽고, 자식인 시몽과 잔느에게 유언을 남긴 후부터이다. 나왈은 평범하지 않은 유언을 남긴다. 자신의 무덤에 어떤 비석도 세우지 말고, 어디에도 이름을 새기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시몽과 잔느가 각각 형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나면 그때 이름을 새겨달라고 나왈은 부탁한다. 나왈의 삶을 뒤바꿔놓았던 내전은 끝났으며, 그 당사자인 나왈 또한 세상을 떠나고 없다. 두 남매는 어머니의 입으로 진실을 전해 듣지 않고, 직접 그 진실을 좇아 과거를 돌아본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이후의 현재를 살아가는 시몽과 잔느에게도 여전히 어머니가 겪었던 비극이 남아있다. 단적으로 잔느는 어머니의 흔적을 쫓지만, 어머니가 난민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하기도 한다. 혹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직접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나왈의 과거를 비춘다. 어머니 나왈을 쫓는 시몽과 잔느, 그리고 아들을 쫓았던 나왈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관객들도 함께 전쟁이 어떤 비극과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는지 보게 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던 이야기가 미래를 향하는 시점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이다. 전쟁으로 인해 어떤 말도 안 되는 비극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후, 시몽과 잔느가 어머니의 유언을 완전히 들어줄 때야 이야기는 과거를 벗어나 미래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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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가장 큰 반전은 단어만 빼놓고 본다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왈이 겪어왔던 전쟁을 생각해 본다면 황당함보다는 그런 일을 가능케 한 시대에 대한 분노와 충격이 먼저 다가온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요소들, 그리고 바탕이 된 인물을 살펴보면, 나왈이 겪은 전쟁은 1970~1990년 사이의 레바논 내전을 연상시킨다. 다만 작품에서 레바논 내전을 다루고 있다고 직접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배경이 어디인지는 이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개인의 삶,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전쟁의 실상이다. 우리는 이야기에서 언제든 다른 전쟁을 비추어볼 수 있다. 1950년 한국이든, 2022년의 우크라이나이든, 아니면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상황이든 말이다. 나왈의 삶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성, 그리고 그곳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성찰과 공감의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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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희곡에 비해 영화에서는 이와 같은 전쟁의 참혹함을 더 명확하게 보여주려는 시도가 보였다. 원작 희곡에서는 남매에게 유언을 전해주었던 르벨을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버스에서의 민간인 살상 사건이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진다. 그 외에도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장면, 성모의 사진을 붙인 소총의 모습에서, 감독의 반전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작품의 이야기는 시몽과 잔느가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미래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은 남매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전의 삶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무너지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선택한다. 감독의 해석이 들어간 영화의 경우에는 추가로 이야기가 들어가나, 직접 영화의 반전을 마주하고 그 충격과 함께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그을린 사랑>은 전쟁의 참혹함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고, 진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작중 등장인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한 폭력의 시대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이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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