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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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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마다 숨죽여 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어느 사람은 외로워서, 어떤 사람은 괴로워서 울었다고 말했다.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은 괴로움이 되고, 혼자 맞서야 하는 괴로움은 외로움이 된다. 그러니 어쩌면 그들은 같은 이유로 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그 모든 슬픔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오는 것일까. 교통로를 끊듯 끊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감추려 하는지,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지 모를 누군가의 울음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본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 신철규 / 눈물의 중력 中

 

 

눈물은 소리가 없기 때문에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흐르는 눈물로써 알 수 있댔다. 다시 말하면 입을 막고 눈물을 받아낸다면 그가 울었다는 흔적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옷 소매나 손수건 따위로 닦은 눈물은 이윽고 마르겠지만 그것마저 들킬까 봐, 땅으로 흐른 눈물이 어떤 결과를 만들까 봐 손으로 받아 흘리고 만다. 손에 묻는 눈물은 빳빳하게 굳어 곧 사라져 버린다.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

 

(...)

 

사과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굴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가고

 

- 신철규 / 슬픔의 자전 中

 

 

가끔 보면 바다는 지구의 눈물이 모여 만든 웅덩이 같다. 지구 속이 눈물로 가득차 있는 게 아니라 지구가 자신의 눈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듬성듬성 떠 있는 대륙은 자신의 몸이고, 지구는 점점 더 가라앉을 운명이다. 지구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사과라는 과일은 작은 지구와 같다. 껍질을 깎아내다 보면 속살이 드러나고,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숨기고 있던 눈물을 쏟아낸다. 우리의 입안에서 상처를 입은 사과의 눈물이 맺힌다. 점차 사과의 흔적은 그의 몸도, 눈물까지도 사라진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거나 이유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날이면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울음이 거의 유일한 의사 표현 수단인 아기들은 배가 고플 때, 어딘가 불편할 때, 아플 때, 졸릴 때, 외로울 때 다른 수 없이 눈물을 터트린다.

 

눈물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을까. 아기들이 그렇게 울어서 나이를 먹은 이들을 울지 못하고, 어른들은 아기들을 위해서 울지 않게 되는 것 아닐까. 짐작하건대 살아갈수록 눈물이 없어지는 것은 눈물의 의미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울면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어른은 울어도 음식을 넣어주지 않으며 잘 자라고 끌어안아주는 사람이 없다.

 

슬픔도 중독이 된다고 한다. 한 번 슬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그러나 빠지지 않고 방치해 둔 채 살면 나도 모르게 차오른 슬픔의 우물은 나를 집어삼킬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물의 뚜껑을 열어 햇빛을 받게 하고, 물이 필요한 이에게 물을 꺼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의 슬픔에 갇히지 않는 방법은 나의 슬픔을 적절히 마주할 줄 알고, 그 사람의 슬픔에 문을 두드려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깨달음을 며칠 전 만났다. 울지 않는 게, 말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는 말은 정답이었던 적이 없다. 전부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 있을 뿐이다. 가끔 보면 슬프지 않은 게 행복이라 믿는 경우가 있는데 슬플 줄도 알아야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슬프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 말은 해야겠다. 혼자 고요히 자신의 손바닥에만 눈물을 흘려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숨을 곳도 없이

길바닥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는 세상이

언젠가는 와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겠다

 

- 신철규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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