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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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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인지 백상예술대상인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느 시상식 축하공연 무대 중, 무대 화면에 영화의 명대사를 띄웠던 적이 있다. 그때, 한 영화의 명대사를 보았고, 그것에 꽂혀서 그날 바로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는데 그게 <당신, 거기있어줄래요?>이다. 기대감을 가지고 본 영화이지만 보는 내내 실망하지 않았고,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선물해줬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동명의 기욤 뮈소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15년, 수현은 해외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던 중 한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과거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알약을 받는다. 그렇게 수현은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자신과 만나고, 30년 동안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옛 연인 연아를 한 눈에 담는다. 연아가 미래에는 죽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거의 수현은 연아를 살리고 싶어하지만, 현재의 수현은 다른 여자와 낳은 자신의 딸 수아를 지키라는 약속을 요구한다. 결국 과거와 현재의 수현은 연아를 살리고, 딸 수아의 탄생을 위해 연아와 헤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과거의 수현이 미래의 수현의 나이가 되고 30년만에 연아를 다시 만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만큼 그와 관련된 특성이 보이고, 또 이 영화만의 특색을 찾을 수 있다. 영화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장면, 그로 인한 유머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과거에서 친구 태호가 한라봉에 대한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 시큰둥한 과거 수현의 반응, 무심코 현재의 5만원을 건냈지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과거의 점원 등 현재와 과거의 시간 차이로 인한 변화를 그리는 장면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것이 있다. 같은 바다에 여전히 자리를 펴고 앉아있는 과거의 수현, 태호와 현재의 수현, 태호가 오버랩되어서 등장하는 장면은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한결같은지 한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중간에 태호와의 우정을 잃을 뻔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마치 시간 여행의 클리셰같은 장면도 있었지만, 이 영화만의 특별한 점도 있다. 바로 미래의 인물과 과거의 인물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다른 영화에서 미래의 인물이 과거로 갈 때는 과거의 인물이 없어지고 미래의 인물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영화에서는 두 인물이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두 인물이 서로를 마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과 다르다. 두 인물은 사실 한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과거의 수현이 현재의 수현에게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지만, 사실은 깊숙히, 그리고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관계는 신선했기 때문에 이 영화만의 특별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통 미래의 인물이 과거로 돌아가면 자신의 처지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삶에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삶을 바꿔나간 것은 과거의 수현이다. 문신으로 ‘방문요망’을 쓰며 현재의 수현을 과거로 불러들인 것도 그렇고, 과거의 수현이 현재 수현의 조언을 듣지 않으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일을 보더라도, 두 관계의 주도권은 과거의 수현이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수현의 행동에 따라 딸이 없어지려하기도 하고, 태호와의 관계가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타난 현재의 수현은 연아를 살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과거 수현의 의지로 연아도 살리고 수아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감독님의 인터뷰를 통해 원작과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미국 배경의 소설을 한국으로 옮기는 것도 큰 각색이었지만, 가장 큰 변화를 맞은 인물은 ‘연아’이다. 원작에서 연아의 직업은 수의사지만, 감독님은 연아의 건강성, 활동성, 주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인 여성 최초 돌고래 조련사로 각색하셨다. 수현의 직업 또한 의사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연아만이 가진 독특성을 살리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 또한, 연아는 계속해서 ‘죽음’과 맞닿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 드러나는 죽음의 그림자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마 이러한 괴리감을 이용한 연출이었을 것이다.

 

또한, 과거의 수현이 연아에게 이별을 통보했을 때, 소설에서는 이러한 배신감에 못 이겨 연아가 자살을 선택하지만, 영화에서는 연아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사고사로 그려진다. 영화 감독님이 그린 연아라는 캐릭터는 건강하고 주도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이별만으로 쉽게 죽음을 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감독님의 각색은 연아라는 인물을 더욱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새로운 직업과 그에 알맞은 행동까지 고려한 감독님의 각색은 단순히 사랑만을 바라는 평면적인 연아가 아닌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연아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렇듯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독특한 교류, 그리고 소설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통해 깊은 사랑을 전달하는 영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현재의 수현과 교류를 멈춘 과거의 수현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면서, 시간이 지나는 모습을 쭉 보여준 장면이다.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수현의 한결같은 사랑과 성실함에 눈물이 났던 장면이다. 이러한 수현의 삶을 보여주는 대사이자 결정적으로 내가 이 영화를 본 계기가 된 대사는, 현재의 수현이 과거의 수현에서 마지막으로 건낸 말이다. “꼭 해피엔딩이어야 하니? 중요한 건 이야기 그 자체인데. 남은 인생 열심히 살아야지” 결말과 결과의 아름다움보다 그것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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