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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사랑에 대하여 말하려다 [사람]

사랑을 이야기하려다 결국 나를 마주했다.

by 박나린 에디터
2025.06.12 22:28

 

 

사랑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나의 사랑은 한없이 차가워서 누구의 마음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누구의 사랑도 들어오지 못한다. 가벼운 눈인사로 시작해 말을 섞고, 조금은 친근해진 상대에게 손을 건네면 얼음처럼 차가운 나의 사랑이 혹여나 상대를 해칠까 금세 손을 떼고는 거리를 둔다. 이런 나의 행동에 그는 어리둥절한 채 한 발짝 다가오고, 나는 세 발짝 멀어진다. 그렇게 나의 사랑은 발걸음 한 번 내디뎌보지 못한 채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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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가진 감정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이루어 말할 수 없는 행복과 슬픔을 함께 가져온다.

 

 

 

사랑을 쓰지 못하는 일주일


 

<보그> 잡지와 함께 사랑에 대한 캡션을 올린 <보그> 편집장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겠노라 다짐해 놓고, 일주일째 미국 드라마 <길모어 걸스>를 배경음악 삼아 화면의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는 중이다. 소설, 음악, 영화, 하다못해 주변에서 늘 들리는 대화들도 전부 사랑투성이다. 노트북에선 로리와 로건의 사랑싸움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금 전에는 로렐라이와 루크의 사랑싸움이었다. 그런데 내 인생에서 사랑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누군가는 이런 나에게 사랑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연인, 친구, 가족, 동물, 자연할 것 없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존재한다며 말이다. 문제는 그 모든 종류의 사랑이 나에겐 마치 에베레스트 등산을 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언제 사랑이 어려워졌을까를 고민해 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나답게 사는 것이 버거워서 이리저리 발버둥 치다가 친구를 만드는 일을 포기했던 게 원인이라는 의심이 든다. 실제로 사랑은 내가 나로 존재하고자 노력하는 순간에 따스하게 다가왔다. 그 외의 순간에 찾아온 사랑은 내가 상대에게 관심이 있든 없든 매우 부담스러워서 마음 앞에 날카로운 얼음조각을 내세워 밀어내기에 바빴다. 물론 얼음조각이었기에 상대방이 마음만 먹으면 그 얼음을 녹여 다가올 수도 있었지만, 이제 막 호감이 생긴 상태에서 누가 그런 고생을 할까의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늘 혼자다. 혼자이기를 자초했다는 편이 맞겠다. 외로움은 별개다. 외로워하고 싶지 않아서 사랑을 원한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나를 더욱 고립시키고,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운 세상에 익숙해져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결심해도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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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어 걸스> 시리즈에서 '로리'는 세 명의 남자친구를 만난다. 그중 '로건'은 로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둘의 만남은 가문의 명예가 설켜 지독하게 어지럽고 아프며, 그만큼 더 깊은 감정을 공유한다. 하지만 아픔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사랑은 언제 내 것이 되는가


 

언제 사랑이 어려워졌을까를 고민해 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나답게 사는 것이 버거워서 이리저리 발버둥 치다가 친구를 만드는 일을 포기했던 게 원인이라는 의심이 든다. 실제로 사랑은 내가 나로 존재하고자 노력하는 순간에 따스하게 다가왔다. 그 외의 순간에 찾아온 사랑은 내가 상대에게 관심이 있든 없든 매우 부담스러워서 마음 앞에 날카로운 얼음조각을 내세워 밀어내기에 바빴다. 물론 얼음조각이었기에 상대방이 마음만 먹으면 그 얼음을 녹여 다가올 수도 있었지만, 이제 막 호감이 생긴 상태에서 누가 그런 고생을 할까의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늘 혼자다. 혼자이기를 자초했다는 편이 맞겠다. 외로움은 별개다. 외로워하고 싶지 않아서 사랑을 원한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나를 더욱 고립시키고,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운 세상에 익숙해져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결심해도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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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 Feel Pretty의 주인공 '르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며 꿈꾸던 기회와 사랑을 쟁취한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선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물었다. “너는 너를 사랑하니?” 응, 그런 것 같아.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다. 아니, 그렇게 믿고 살아간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순간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더 확실한 증거도 있다. 내가 이 글에서 ‘나’를 지칭하는 표현을 몇 번이나 썼는가? 나는 늘 ‘나’중심적이다. - 자기중심적이라는 표현보다 이 말이 조금 더 나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나중심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나’이며, 나를 지키기 위해선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의 글은 대체로 사색을 통해 주제가 정해지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기보단 속마음을 꺼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글 쓰는 순간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그만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의 글을 지인들이 보게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공개하지 않은 글이 한가득이다. 대부분의 글쓰기는 글쓴이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걸 안다. 한동안 빠져 살았던 미국 드라마 에서 ‘제인’도 에디터로 승진해 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본인의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고 진솔하게 잡지에 담았고, 그 결과 ‘30세 이하 주목할 만한 작가 30인’에 선정될 만큼 인정받았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제인이 느꼈던 부담감과 걱정을 그대로 떠안았다.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와중에도 이 글을 읽은 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걱정된다. 평소에 나를 표현하는 편이 아니기에, 혹여나 내가 나를 너무 과하게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지 말이다.


가능하다면 이 글은 최소 5,200자 이상 적고 싶었다. <보그>의 글 스타일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 사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보그>와 같은 잡지식 글쓰기에 참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그러나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이 상황에서 억지로 덧붙이기란 글의 퀄리티를 악화시킬 뿐이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쓰면서 남은 하반기의 목표를 ‘사랑하는 것’으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랑이 이성과의 만남이든, 친구와의 우정이든, 가족과의 정이든,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지.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겠다. 사랑을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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