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가 파리, 뉴욕, 상하이, 도쿄, 런던 등을 거쳐 마침내 서울 동대문 DDP에서 개최되었다. 압도적인 규모, 화려한 장식성, 정교한 테일러링, 명품 하우스의 전통성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이다.
본 전시는 디올 하우스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온 패션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인 플로렌스 뮐러(Florence Müller)가 담당하였으며, 엄청난 규모의 공간 디자인은 시게마츠 쇼헤이가 맡았다.
전시는 디올 하우스의 시초,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시작된다. 브랜드 ‘디올’을 만든 ‘크리스찬 디올’의
드레스에 대한 초기 이념과 생각은 어떻게 곡선형의 아름다운 드레스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꽃과
같이 아름다운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디올의 야심은 ‘뉴 룩’의
실루엣으로 이어진 것이다.
곧이어, 관객들은
디올의 향수 라인 중 하나인 ‘미스 디올’을 만난다. 그곳에서 광고 속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입고 나온 드레스를 직접 마주하며 정교한 테일러링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광고의 내러티브를 다시 환기시킨다.
디올은 패션을 새로운 방식으로 기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티스트 김현주가 식물의 다양한 형태를 한지를 통해 표현한 작품은 디올의 드레스들과 어우러져 화사하면서도
압도적인 패션 경험을 선사한다. 천장의 미디어 아트는 관객들이 실제로 정원에 있는 것 같은 자연적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 꽃과 자연을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디올의 이념에 부합하는 중요한 정체성의 공간이기도
했다.
디올은 탁월한 아뜰리에로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때문에 엄청난 크기의 거울과 화이트 캔버스, 그리고 화이트 톤의
드레스들을 통해 디올 하우스의 재단사들에 대한 찬사를 보여준다. 관객들은 그 크기에 압도당하지만, 무엇보다 더 강하게 관객들을 압도하는 것은 드레스 하나하나에 깃든 장인 정신이다. 드레스는 가까이 보면 볼수록 정교함과 세련됨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술품과도 같았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디올의 ‘레이디
디올’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전시의 특별한 점은
기존의 다양한 컬러의 레이디 디올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아티스트들이 레이디 디올백의
형태를 모티브로 해 제작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레이디백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형태적, 질감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디올 무도회’라는 공간으로 긴 서사를 마무리한다. 김현주 아티스트의 작품이 어우러진 디올 정원과 함께 미디어 아트,
공간 디자인, 그리고 패션이 한데 어우러진 전시 공간이었다. 본 공간은 화사함보다는 어두운 밤을 수놓은 별빛처럼 화려함으로 디올의 여정을 함께한 관객들을 깊은 감정 속으로
몰입시킨다.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수 써니 박과 함께한 본 공간은 피날레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운 인사였으며, 출구에 위치한 드레스의 우아함까지 손색이 없는 공간이었다.
디올이라는 패션 하우스의 명성은 이미 유명하고, 여러 번 상업화 및 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소 고루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 전시는 전통성만이 아닌 신선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단순히 공간의 규모적 압도성이나 자본의 화려함만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패션 하우스가 가진 전통적 내러티브를 어떻게 현대와 연결 짓는지, 그 방식을 주목할 만했다. 나아가,
많은 도시를 거쳐 서울에 왔을 때, 다양한 분야의 한국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왜 서울에 본 전시가 왔는가?’를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따라서 전시를 통해 디올 하우스의 화려한 패션적 경험은 물론, 큰 규모의 공간에 어떻게 서사를 풀어나가는지 그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은 모든 관객에게 본 전시를 추천한다.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우리 모두가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이너들의 세계를 직접 여행할 수 있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