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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끝난 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의외로 조용한 순간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마지막 앙코르곡이 끝났을 때, 무대 위 연주자들은 연신 숨을 골랐고, 관객은 한동안 침묵에서 박수로 옮겨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치 '여운'이라는 단어를 단체로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 순간을, 나는 여전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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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 너무 심심하다. 초등학교 때 바이올린을 처음 접했고, 고등학교 때는 학업을 핑계로 손에서 잠시 놓았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같은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새 내게 감정의 언어가 되어주었다. 그중에서도 오케스트라는 늘 나를 압도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작년 상반기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을 때, 반드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꼭 듣겠다고 다짐하였고, 비로소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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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하기 전 조율을 하는 시간이다. 각자 다른 음을 내던 악기들이 서서히 하나의 음정으로 모이고, 그 안에서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 한곳으로 모은다. 짧은 시간에 담긴 간절함과 정중함,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낼 음악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 나를 매료시킨다. 그날도 조율의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무대 위에 가 있었고, 그 이후의 모든 연주는 그 여운 위에 얹히는 감정의 연속이었다.

 

연주는 모차르트의 곡으로 채워진 밤이었다. 익숙한 선율이었지만, 처음 듣는 듯한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겉으로는 투명하고 단순, 발랄하지만 그 맑음 속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것이 겹쳐 있다. 독일의 북쪽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기에 베를린까지 가는 길이 멀었다. 악명 높은 독일 기차답게 그날 역시 연착이었고, 무엇보다 나는 혼자 그 길을 떠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의 연주는 바로 그 '겹'을 건드리고 있었다. 당장의 감정을 언어로써 나눌 수 없는 순간은 때로 그 감정을 더 크게 만든다. 그래서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음악은 홀로 있는 사람에게도, 혼자 떠난 여정에게도 다정히 말을 건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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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주회 이후로 베를린을 생각할 때마다 그 홀의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문득 베를린이라는 도시 자체보다,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곳과 그 음악이 아름다워서 베를린을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곳으로 추억하는 것일지 모른다. 음악이 마음의 지도를 바꾸었다. "공연 어땠어?"라고 누군가 물으면, 여전히 나는 한 문장으로 답하지 못한다. '너무 좋았어'하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남고, '울컥했어'라고 말하면 그게 다는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떠올리고, 복기하고, 언어를 통해 붙잡아본다.

 

음악은 이렇게 나를 따라온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행이 끝난 뒤에도, 기억 속에서 그 공간을 다시 울린다. 그리고 그 감각은 또 다른 언어가 되고, 누군가에게 가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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