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있는 작은 밥집, 오일제. 단일 메뉴인 들깨미역국은 하루 50그릇만 준비된다. 오전 10시부터 15시까지 영업하며 70%가 예약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방문 전에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11시에 가게를 찾았더니 일본인 손님 두 분과 한국인 손님 한 분이 있었다.
메뉴의 수도, 하루에 준비되는 그릇의 양도, 영업 시간도 모두 단출한 이곳에서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공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정갈하고 탁 트인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새소리가 잠잠하게 흐르고 갓 지은 따뜻한 밥 냄새가 풍긴다. 사장님이 세심한 손짓으로 밥을 푸는 모습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급하게 퍼내지 않고 주걱에 물을 살짝 묻혀 가며 천천히 눌러 담는 모습에서 식사 전부터 귀한 정성을 미리 맛보는 기분이 들었다.
미역국 정찬은 낙지 젓갈과 여수 돌산 갓으로 만든 갓김치, 거금도산 어린 미역을 사용한 들깨미역국, 밥과 간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석마다 한 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서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오일제 즐기는 방법' 카드가 비치되어 있다. 먼저 갓 도정한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밥을 낙지 젓갈, 갓김치와 함께 먹고, 미역을 간장 소스에 찍어 미역의 맛을 더 진하게 느낀 후, 밥이 반쯤 남았을 때 국물에 말아서 먹으면 된다.
안내받은 순서대로 먹으니 각 식재료들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었다.
후식으로 메뉴판에 없는 시크릿 메뉴인 젤라또를 주문했다. 코코넛 향과 바삭바삭 씹히는 곡물, 쫀득한 아이스크림의 질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평범하지 않았던 젤라또 맛이 자꾸 떠올라 검색해 보니, 오일제 사장님께서 미역국 다음 프로젝트로 제주에 젤라또 가게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답한 내용의 반가운 기사를 발견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분명 오일제처럼 다정하고 세심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성스럽게 고른 식재료들에 대한 믿음으로 조용하게 자신을 증명하는 브랜드. 오일제를 그렇게 기억할 것 같다.
아담한 공간과 단정한 인테리어, 음악 대신 흐르는 새소리, 사장님 혼자서 손님들을 손수 대접하는 방식. 오일제를 이루는 각각의 요소들에는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디테일과 다정한 태도가 스며들어 있다. 식사도 훌륭하지만 오일제라는 브랜드를 만든 사장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던 공간.
사랑받는 브랜드는 태도로 말하고, 그러한 태도 이면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