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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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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는 영화 <항구의 니쿠코짱!>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구의 니쿠코짱!』 —  별일 없는 하루가 제일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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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은 참 묘한 영화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이야기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화려한 사건도,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할 반전도 없지만 잔잔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웃기다가도 울컥하고, 울다가도 피식 웃게 되는 영화다.

 

이 이야기는 니쿠코짱과 키쿠코, 두 사람의 이름부터 묘하게 닮은 모녀 이야기다. 뚱뚱하고, 솔직하고, 때로는 민망할 정도로 튀는 니쿠코짱. 그리고 그런 엄마가 창피하기도 하고, 이해 안 되기도 하지만 결국엔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 키쿠코. 모든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니쿠코짱, 그녀는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더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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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활기찬 니쿠코짱 늘 튀는 옷차림에 엉뚱한 농담, 지나치게 솔직한 말투를 장착하고 등장한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오버스럽고, 촌스럽고, 민망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는 게 너무 즐거운 사람이다.


사실 그녀의 과거는 고생과 상처투성이였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일도 제대로 안 풀리고, 이곳저곳 떠돌다가 이 항구 마을에 정착했다. 하지만 그런 사연을 가진 사람인데도, 이렇게 해맑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밝다.

 

영화를 보는 내내 키쿠코의 시선으로 니쿠코짱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니쿠코짱 편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사람이 너무 웃기고, 너무 정이 가기 때문이다.

 

밥 잘하고, 사람 좋아하고, 사는 건 서툴러도 늘 열심히 살아간다. 누구 하나쯤은 우리 인생 어딘가에 꼭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키쿠코, 니쿠코의 딸이자 평범함을 꿈꾸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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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코는 조용하고 평범하고 싶은 중학생이다. 튀는 것도 싫고, 남들한테 웃음거리 되는 것도 싫다. 친구들 사이에서 무난하게 지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그녀의 목표다.

 

그래서 그런 니쿠코짱이 가끔은 너무 창피하다. 식당에서 큰 소리로 웃고, 이상한 농담을 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엄마. 키쿠코는 말없이 고개를 돌리고, “제발 좀 조용히 해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깨닫게 된다. 엄마의 그 진심 어린 행동들이 결국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었다는 걸.


니쿠코는 항상 키쿠코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그 사랑은 투박하지만 강했다. 그리고 키쿠코는 그 사랑 덕분에 조금씩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온다.

 

 

 

“보통이 제일인 겨” — 튀는 엄마와 시크한 딸의 아주 평범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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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니쿠코가 키쿠코에게 “오늘은 어땠니?” 하고 묻는 장면이다.

 

키쿠코가 늘 그렇듯 “보통이었어”라고 대답하면, 니쿠코는 웃으며 말한다.

 

 

“보통이 젤 좋은 거여.”

“보통이 제일인 겨.”

 


그러다 키쿠코가 묻는다.

 

“엄마가 생각하는 ‘보통’이 뭐야?”

 

니쿠코는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보통이라는 건 말이야, 밥 먹고, 똥 누고, 공부하고, 일하고, 씻고, 자는 거! 참, 방귀도!”


그 말에 키쿠코는 말한다. “그런 보통 생활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을 걸. 날마다 그렇게 단조롭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우리 일상이 보통인 것 같아?”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렇게 덧붙인다. “우린 먹고, 싸고, 공부하고, 일하고, 씻고, 방귀 뀌고 자잖아.” “그건 전 세계 모두가 그렇지.” “그렇지 않아. 세상엔 밥을 못 먹는 사람도 있고, 집이 없는 사람도 있어.”


이 짧은 대화 속에 담긴 무게가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보통이라는 말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껴진다. 그 평범함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싸우고, 버티고, 애쓰고 있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히 알려준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니쿠코 같은 마음을 가지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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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인물 하나하나가 거짓 없이 살아간다는 점이다. 항구 마을의 학생들, 수다스러운 식당 손님들, 고깃집 우오가시 가게 주인인 삿상 아저씨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솔직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삶의 한 장면 같고, 우리의 이웃 같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삿상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살아있지 않니

살아 있는 한 실수는 계속하게 돼

두려워하면 안 돼.

 

아이답게 살란 말은 안 해

'아이다움'이란 건 어른이 만든 환상일 뿐이니까

 

각자 자기답게 살면 돼

다만, 완변한 어른이란 것도 없기 때문에

네가 아무리 애써 훌륭한 어른이 되고자 해도

괴롭거나 찰피한 일들을 반드시 저지를 수밖에 없어

 

그러니 그런 날을 대비해야 돼

어린 시절에 창피한 일도 많이 겨꼬

민폐를 끼치고 야단도 맞고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다시 살아가는 거야.

 

폐를 끼쳐도 괜찮아.

 

『항구의 니쿠코짱!』 中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울컥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걸 잘 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위로다. 어른을 위한, 그리고 아이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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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보편적이다. 사랑, 가족, 성장, 그리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참을 웃고, 한참을 울고 난 뒤에 결국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지금, 유쾌하고 엉뚱한 누군가가 보고 싶다면 그리고 그 사람 속에서 진심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나도 언젠가는 니쿠코짱처럼 살 수 있을까?”

 

그 물음이 자꾸만 마음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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