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럭셔리가 만났다.
사실, 미술과 럭셔리의 만남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전시를 관람하거나 작품을 컬렉팅하는 등 미술을 향유하는 행위는 이전부터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럭셔리 또한 '명품, 사치, 값비싼'이라는 키워드가 연상되는 단어다. 이렇게 예상 가능한 조합이라면, 전시를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미술관 x R.LUX 공동 기획전 《아트 오브 럭셔리 Art of Luxury》는 럭셔리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선시대부터 동시대 및 국내외를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의 연결을 통해 다르게 보기를 실현한다. 바로, 럭셔리의 본질을 꿰뚫어보면서 말이다.
그 목적에 따라 호화로운 사치품, 풍요와 같이 화려한 외면의 물질성을 의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간이나 경험처럼 희소성을 지닌 가치까지 럭셔리의 본질이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이를 작품을 통해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시는 럭셔리의 물질적인 특성을 탐색하는 Material Luxury와 정신적인 특성을 탐색하는 Spiritual Luxury와 Timeless Luxury, 알럭스가 기획한 Inspiring Luxury 섹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Material Luxury 섹션에서는 럭셔리가 지닌 화려한 외면의 물질성을 작품으로 옮긴 듯 독창적이고 눈을 즐겁게 하는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 상업 인쇄물 기법을 활용한 앤디 워홀의 [Flowers], 셀러브리티의 신체를 본 딴 살바도르 달리의 소파가 대표작이다.


Spiritual Luxury 섹션에서는 럭셔리의 비물질적인 속성을 조명한다.
정신적인 영역에서 내적인 탐구를 시도하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묵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김환기 작가의 [아침의 메아리 04-VIII-65], 박서보 작가의 [묘법 no.060121] 등 추상적 이미지에서 한 사람의 고뇌와 인내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는 과정에서 외적인 럭셔리의 내적인 전환을 실시간으로 체감해볼 수 있도록 작품의 재료와 기법, 작가의 손길을 연상해보기를 추천한다.

Timeless Luxury 섹션에서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찬찬히 감상해볼 수 있다. 18세기 중엽, 하얀 태토에 담청빛을 머금은 유약을 발라 완성한 조선 백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럭셔리의 진가를 드러낸다.
오로지 조선 백자를 비추는 불빛은 럭셔리의 진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 진득한 관람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2024년 10월 론칭된 럭셔리 뷰티 서비스인 R.LUX(알럭스)가 기획한 Inspiring Luxury 섹션은 전시장 내에 들어선 브랜드 존이다.
해당 섹션에서는 알럭스에 입점한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의 시그니처 향을 경험하며 작품을 통한 시각적 효과에서 더 나아가, 후각으로도 럭셔리의 본질을 느껴볼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전시뿐만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와 그 안에 담긴 여러 브랜드를 경험하는 공간 조성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전시장에서 보는 작품은 예술가의 손을 떠나 관람객에게 닿지만, 그 결과물에는 예술가 경험의 반영과 여러 시간을 거쳐 다듬어진 손길이 깃들어있다.
18인의 작가, 26점의 출품작이 가리키고 있는 럭셔리의 본질은 화려한 외면을 갖추면서도, 내적인 힘과 정신성을 모두 겸비한 이들에게 보내는 전시 형태의 찬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찬사의 현장은 10만 관람객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7월 13일까지, 《아트 오브 럭셔리 Art of Luxury》는 서울미술관 본관 M1 3층 제2전시실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