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플라잉 요가를 열심히 하다가 해외에 나가 있는 바람에 한동안 중단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운동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배워보고 싶은 운동이 떠올랐다. 바로 수영이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물속에서 다리만 열심히 젓는 것뿐이었다. 프랑스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영을 배워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 모습을 보며 수영을 못하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깨끗한 호숫가나 잔잔한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때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수영을 배우겠다고.
처음 수영장을 갔을 때는 정말 긴장됐다. 평소에는 레쉬가드와 반바지 수영복을 입다가 원피스 수영복을 입으려니 어색했고, 수영모는 어찌나 탄력이 있는지 머리를 넣으려고 고군분투해야 했다. 파란 타일이 깔린 수영장에 들어서자 엄청난 습기와 특유의 락스 냄새가 느껴졌고, 인기 가요가 넓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5개의 레일이 있는 작은 수영장에서 내가 갈 곳은 가장 왼쪽에 있는 초급반 레일이었다. 옆 레일을 흘끗 보니 꽤 연배가 있는 분들이 능숙하게 물살을 가로지르며 수영을 하고 계셨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수영할 수 있을까?’ 괜히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맨 처음 배웠던 건 호흡법과 발차기였다. 발차기는 허벅지의 힘을 사용해 부드럽게 위아래로 휘저어야 한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다.
수영을 배우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물에 잘 뜨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사람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점점 다리가 가라앉기도 했다. 생각보다 수영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아주 복잡한 스포츠였다. 팔을 한번 저을 때마다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다음 순서를 까먹고 도로 물속으로 가라앉는 경우도 많았다.
수영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물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물속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자꾸 물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고, 허우적대게 된다.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면 오히려 물이 눈, 코, 입으로 들어와 낭패를 보게 된다. 물속에서 여유를 가지는 데 가장 도움이 된 건 자유수영이었다. 수영 실력을 향상시키는 건 결국 자유수영이라고 확신한다. 혼자서 배운 내용을 복기하면서 수영을 하면 감이 잡히고, 나에게 편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동네에 있는 작은 수영장이었기 때문에, 평일 아침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운이 좋으면 레일 하나를 독차지할 수도 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내가 다니는 수영장의 유일한 단점은 선생님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이었다. 3개월 동안 선생님이 세 번 바뀌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다 달라서 같은 내용을 다시 배우는 일이 많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같은 선생님에게 배웠다면 더 안정감 있게 수영을 배웠을 거란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가르치고 계시는 네 번째 선생님은 그동안 만났던 선생님들 중 가장 자세하고 성실하게 수업을 하는 분이다. 오죽하면 이 선생님에게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개개인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주고, 영법의 핵심 포인트도 잘 설명해 주신다.
현재 내가 소속된 반은 나를 포함해 총 네 명으로, 왕초급부터 초급과 중급 사이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반이다. 새로운 영법을 배울 때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어제는 평형을 하려고 애쓰다가 발을 허공에 여러 번 구르고 물에 빠진 내 모습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각자 다른 영법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회원들은 저마다의 고충을 나누고, 서로 응원해 준다. 언젠가 옆 레일의 베테랑처럼 우아하고 빠르게 수영할 날을 고대하면서, 오늘도 수린이는 수영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