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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맥커너히의 <늑대가 있었다>는 단순히 늑대의 복귀를 그리는 생태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는 상실과 재생, 인간과 자연, 사랑과 죄책감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색하며 치밀하게 감정을 쌓아 올린다. 다른 존재가 느끼는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 속에서 '나'의 경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멸종과 기후 위기가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오는 이 시대에, <늑대가 있었다>는 우리가 무심히 놓쳐온 존재들인 늑대, 숲, 그리고 우리 자신 안의 야생에 대한 애도의 서사로 읽힌다.

 

주인공 인티는 늑대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코틀랜드 고지대에 늑대를 다시 풀어놓는 임무를 맡는다. 늑대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동물을 키우는 지역 주민들과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이 임무를 어렵게 만든다. 인티의 과거는 서서히 드러나고, 그녀가 임무에 착수한 이유는 생태 복원뿐만이 아니다. 이는 죄의식과 기억, 그리고 자신과 세계를 연결 짓는 마지막 실을 붙잡기 위한 시도다.

 

인티가 늑대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동안, 독자 또한 인티의 내면을 따라 어두운 숲속과 그녀의 과거를 마주한다.

 

소설 속 자연은 복잡한 맥락을 품고 존재한다. 숲과 비인간 동물들은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온 존재들이며, 그들의 시선은 인간의 이기성과 폭력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늑대는 생태계의 균형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잃어버린 야생성과 직관, 공동체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는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낭만화하지 않고, 복잡하고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인간은 종종 자연을 회복하려 하면서도, 그 회복의 방식조차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랑과 용서의 방식이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는 그를 위해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관계를 비추고,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통해 자연과 다시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늑대가 있었다>는 우리가 떠나보낸 것들, 사라진 목소리들, 그리고 여전히 회복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 중심의 세계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외로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너머의 생명들과 어떻게 다시 관계 맺을 수 있을지를 묻는다.

 

이 소설은 조용한 경고이자 마지막 희망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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