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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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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 보자. 아주 맛있는 햄버거가 있다. 배달 온 지 얼마 안 돼 빵이 따끈따끈하고, 달짝지근한 소스가 흘러넘치는 햄버거이다. 우리는 이 햄버거를 입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천천히 씹는다. 치아로 자른 햄버거의 일부가 입안에서 마구 뒤섞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짜라면. 손에 쥐고 있는 햄버거가, 햄버거를 잡고 있는 손이, 햄버거의 냄새를 맡는 코가, 햄버거를 보는 우리의 눈이, 우리가 봐 왔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가짜라면.


우리는 그것이 진짜가 아니란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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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가 통 속에 갇혀 있고, 뇌와 연결된 슈퍼컴퓨터의 전기 자극을 통해 가짜인 세상을 진실이라 믿고 있다고 가정하는 이론을 ‘통속의 뇌’라고 부른다.


이런 ‘통속의 뇌’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으로 잘 알려진 데카르트의 이론 ‘데카르트의 악마’로부터 기인한다. 데카르트는 추론한 명제를 논리에 의해 증명하려 하는 토대 주의적 사상을 가진 철학자였다.


그는 감각 기관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모든 정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악마라는 존재가 우리가 느끼고 받아드리는 정보를 전부 조작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또한 스스로가 이러한 정보가 가짜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고찰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감각이 거짓일지라도 일단 ‘나’는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정리하는 말이 앞에서 언급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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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통속의 뇌’ 이론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영화 ‘매트릭스’다. AI에 지배당한 세상 속에서 인간들은 AI가 만든 인공 자궁에 갇혀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런 인간은 자궁 속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999년의 가상 현실만 보며 살아간다. 1981년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이 제시한 ‘통속의 뇌’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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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의 뇌’를 유쾌한 미디어 아트로 풀어낸 유튜버도 있다. ‘발명 쓰레기 걸’이다. 그들의 영상 ‘친구를 통속의 뇌로 만들었습니다’는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에 괴로워하는 친구를 통속의 뇌로 만든 뒤, 벌어지는 일과 끔찍한 부작용에 대해 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발명 쓰레기 걸 채널을 참고하길 바란다.


최근 빈티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빈티지 관련 영상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한 유튜버의 채널을 방문했다. 그런데 채널 이름이 이상하게 바뀌어 있어 다른 영상을 보았더니, 음모론 등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러한 정보를 진실이라 믿고 따르는 추종자들도 있었다. 또한 몇 시간 전 ‘x’라는 SNS에서 인상 깊게 본 한 게시글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방금 깨닫게 되었다.

 

가짜 정보가 판을 치는 세상 속, 우리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면밀하게 파악할 수 없다. 혹은 가짜인 것을 진실이라 간절하게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발적으로 통 속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세상 속에서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데카르트의 말처럼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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