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SE-7b8328ef-2fb3-11f0-b68e-1d69f0581e4d.jpg

 

 

새벽 어스름을 가르며 시작된 여정, 두 번의 뱃길 끝에 마주한 굴업도의 첫인상은 경이로운 자연, 그 자체였다.

 

인구 스무 명 남짓, 문명의 흔적보다 태고의 숨결이 먼저 와닿는 미지의 땅.

 

섬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해둔 민박으로 향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갓 잡은 듯 싱싱한 해산물과 정갈한 나물 반찬이 어우러진 식사는 그야말로 '집밥'의 온기를 품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깊은 맛에 여정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고, 머무는 동안 모든 끼니가 기다려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900_20250511_140100.jpg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굴업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개머리 언덕으로 향했다. 사전에 찾아본 정보 속에서도 가장 마음을 사로잡았던 풍경이었던 개머리 언덕.

 

약 40여 분, 숨이 가빠올 무렵 트레킹 끝에 마주한 개머리 언덕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했다. 트래킹 하는 내내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 그리고 그 위를 자유롭게 뛰노는 야생 사슴 몇 마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듯, 태초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그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900_20250511_195423.jpg

 

 

어느덧 해가 기울고, 저녁 무렵 바다는 옅은 안개에 휩싸여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그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문득, '이런 섬에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아련한 상념에 잠시 잠기기도 했고, 일상 속 잡념과 고민들을 파도 소리에 흘러보내며 답답함을 해소하기도 했다.

 

 

900_20250512_120103.jpg

 

 

이튿날, 우리는 자연이 빚어낸 굴업도 명물, 코끼리 바위를 찾아 나섰다.

 

'과연 얼마나 닮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마주한 바위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정말 거대한 코끼리가 바다로부터 해변으로 걸어 나오는 듯한 웅장함으로 압도했습니다. 

자연의 조형미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잠시 머물었던 굴업도의 시간은 마무리되었다. 다시 오고 싶어도, 또 언제 올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과 다시 오기 힘들기에 머무는 동안 마음껏 감탄하고, 마음껏 둘러본 것 같다.

 

처음 도착했을 때 기꺼이 민박까지 태워다 주신 다른 민박집 사장님부터, 식사 때마다 잘 챙겨주신 민박집 아주머니, 길 찾을 때 친절하게 대답해주신 아저씨까지 마주한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 것도 굴업도의 시간을 그리워할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마치 안개에 쌓인 섬처럼 꿈 같았던 시간이었다.


굴업도에서의 시간은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연속처럼 보였다.

 

잘 먹고, 푹 자고, 한없이 쉬고, 마음 가는 대로 걸었던 기억뿐.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했던, 온전한 휴식이었음을 섬을 떠나고 나서야 더욱 선명하게 깨달았다. 복잡한 생각도, 무거운 마음도 모두 내려놓고 오롯이 '쉼'에 집중했던 그 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900_20250512_124928.jpg

 

 

 

에디터 명함.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