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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멜로망스의 팬이 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팬이 되었던 순간은, 특별할 것 없는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더운 여름, 살짝 선선한 밤공기를 맞으며 친구들과의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늘 그랬듯 귀에 에어팟을 꽂고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그때 흘러나온 노래가 멜로망스의 <선물>이었다. 이미 수십 번 들었던 곡인데, 이상하게 그날 들은 <선물>은 뭔가 달랐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그날의 기분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순간 <선물>의 가사가 마음 깊은 곳에 콕콕 박혔고 매일 걷던 길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항상 평범했던 일상도 특별해지는 이 순간'


그날 이후, 나는 멜로망스의 팬이 되었다. 지난 2년 동안 팬으로서 느낀 멜로망스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소중한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멜로망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오늘 하루도 참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멜로망스의 곡은 대부분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작곡은 함께하고, 김민석은 가사를 쓰고, 정동환은 편곡을 맡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음악이기에, 멜로망스는 어느새 자신들만의 장르를 완성해냈다. 지난 4월, 약 1년 11개월 만에 발매한 앨범 역시 그랬다. 수록된 곡 하나하나 듣는 순간, 누가 들어도 멜로망스의 곡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들만의 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올해, 멜로망스는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선물>, <동화>, <사랑인가봐> 같은 히트곡을 남겼지만, 사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곡들이 많다. 지금부터는, 그런 숨겨진 곡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2016 - 작은 행복, 걸작품,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2016년 멜로망스는 두 개의 앨범을 발매했다. 데뷔 앨범 Sentimental 이후 나온  Romantic과  Sunshine이라는 앨범은 멜로망스의 음악 초창기를 담고 있다.  Romantic 앨범은 서정적인 발라드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작은 행복이라는 곡이다. 작은 행복이라는 곡은 작년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들으면서 더 좋아진 곡인데 멜로디도 좋지만 따뜻한 가사가 포인트인 곡이다. 


나 그대의 모든 것 되기보단

소중한 작은 것 되길 바래요

그대 마음 안에 내가 너무 커

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나 바래요


가사는 마치 누군가의 진심 어린 고백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전부가 되기보다, 부담 없는 작은 존재로 남고 싶다는 가사에는 사랑에 대한 깊은 배려가 담겨있다. 어떤 감정은 너무 커서 오히려 상대에게 짐이 되기도 한다. 이 노래는 그런 감정을 마주하며, 처음부터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노래를 듣다 보면, 나도 누군가의 작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작은 행복'이 알려준다. 작은 행복은 멜로망스의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를 만나볼 수 있는 노래다.

 

 


 

 

Sunshine 앨범은 통통 튀는 멜로망스 특유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앨범이다. 걸작품은 개인적으로 멜로망스 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걸작품은 신나는 멜로디와 귀여운 가사로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게 만든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을 모두 합쳐논다면 바로 그대라는 걸작품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가사는 순수한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멜로망스는 주로 사랑을 주제로 노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망스의 노래를 질리지 않는 이유는 여러 종류의 사랑을 노래하기 때문인 듯하다. 걸작품은 아직까지 라이브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 10주년 콘서트에서 꼭 들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무엇을 해야 할까는 멜로망스식 응원을 만나볼 수 있는 곡이다. 제목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묵묵히 응원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대부분의 고민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하지만 그 고민하는 순간만큼은 그 고민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이때 멜로망스는 지난날들을 견뎌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라며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쥐여주는 듯하다.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도 무엇을 해야 할까 같은 묵묵한 위로를 전달해주는 곡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가 좀 더 무게감 있는 위로라면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는 어깨를 토닥이며 조금은 가볍게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해당 곡은 프로젝트 앨범을 통해 제작되었는데, 가사도 물론 좋지만 경쾌한 멜로디가 곡의 맛을 더한다.


그댄 이미 너무나 잘 살아왔다고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있다고

그러니 한숨 정돈 돌려도 된다고

우리 잠깐 쉬어갈래요


멜로망스의 노래는 늘 말해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소중하다고. 사랑과 응원, 그리고 위로가 담긴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조금은 여유롭고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다.

 

 


2018- 바람


 

 

 

바람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동화>라는 곡이 실려있는 The Fairy Tale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바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에 이어 김민석과 정동환이 함께 부른 듀엣곡으로, 김민석의 맑은 고음과 정동환의 깊은 저음이 어우러진 화음이 인상 깊다. 무엇보다 이 곡은 친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지는 가사가 특징이다. 서울예대 재학 시절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의 케미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우릴 맞이한 풍경엔 

어떤 아픔도 있지가 않아서

이곳 저곳에 지친 우리 맘을

놔둘 곳이 충분했어


결국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버겁고 복잡한 마음을 잠시 놓기 위해서가 아닐까.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루가 힘겨워지는 이유는, 익숙한 장소에 머물며 같은 감정을 계속 마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장소는 기억을 품고 있다. 어릴 적 자주 가던 식당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 만난 풍경은, 그저 낯설다는 이유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우릴 맞이한 풍경엔 어떤 아픔도 있지 않다'는 가사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해방감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흥미로운 건 이 가사가 2절에서는 '그럴 수 있는 기쁨이 많아서'라는 문장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결국 여행은 새로운 기쁨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고, 그 기쁨은 돌아온 일상에서 웃을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바람'은 마치 누군가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친 하루를 잘 견디고, 다시 힘이 얻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2025 - Your Way


 

 

 

Your Way는 지난 4월 발매된 Romance Express의 수록된 곡이다. 해당 곡에는 정동환의 랩 파트도 포함되어 있어 멜로망스의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만나볼 수 있다. 가스펠 형식의 노래는 웅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하이라이트의 코러스는 감동을 극대화한다. 멜로망스의 멤버 정동환은 올해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이 곡의 코러스에는 그의 제자들이 직접 참여했다. 제자들의 참여는 '응원'이라는 메시지에 현실적인 진정성을 더했다.


너를 위한 길이 있어

멀어지지 않게

힘을 실어 자신 있게 발을 디뎌

누군가에게 길이 되어줄

빛나는 너의 마음들이

이미 이뤄지고 있어


곡의 마지막에는 너는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가사를 통해 앞선 멜로망스의 응원곡처럼 특유의 무조건적인 응원과 신뢰가 담겨있다. 자신감이 있다가도 무언가를 도전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자신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 마련인데, 멜로망스의 노래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위로를 전하는 곡들은 많지만, '확신'을 건네는 노래는 흔치 않다. 그렇기에 Your Way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숨겨진 명곡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멜로망스는 5월 23일 서울을 시작으로 27일 광주까지. 1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Romance Station(로망스 스테이션)을 진행한다. 콘서트에서는 기존의 페스티벌형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편곡이 준비되어 있다.


잘 알려진 히트곡을 넘어서 새로운 멜로망스를 만나보고 싶다면 멜로망스의 콘서트를 가보길 추천한다. 무더운 여름날의 힐링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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