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서울 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막을 내렸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새롭게 준비된 이번 공연은 새로운 캐스팅과 새로운 연출로 돌아와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 예술단의 대표작으로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객들은
이번 <윤동주, 달을 쏘다>는 기존 배역 캐스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오랜 기간 윤동주 역을 맡아온 박영수 배우 대신 지난 시즌 윤동주 역을 함께 맡은 김용한 배우가 찾아왔고, 다른 주요 배역들도 대부분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다. 익숙했던 무게감이 조금 옅어졌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새로운 캐릭터 해석에 대한 기대감 역시 공존했다.
가장 많은 지적이 있었던 부분은 '대사의 빠르기'였다. 시를 낭송하는 장면이 많은 작품 특성상, 낭송의 리듬과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몇몇 장면의 낭송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져 시의 느낌을 충분히 느끼기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그 시의 분위기와 운율을 살려 천천히 읽는 것처럼 무대 위의 낭송도 여유로운 호흡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단체 안무의 완성도도 아쉬움을 남겼다. 단원들의 동작의 합이 잘 맞지 않아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여기엔 무대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바닥이 반사되는 소재로 되어있어 실수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이다. 바닥에 비친 모습까지 겹쳐지면서 맞지 않는 부분이 두 배가 되어 보였다.
변화된 연출도 아쉽다는 평이 있었다. 일제의 강제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우메보시 소녀가 빠진 것과 스크린 배경의 영상이 너무 자주 나와 몰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필자도 공연을 보며 스크린을 이용한 연출은 분명 좋은 선택이었지만 쓰지 않아도 되는 장면까지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러나 여전히 <윤동주, 달을 쏘다>는 한국인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소재와 시인 '윤동주'는 우리에겐 아픈 상처이지만 꼭 기억해야하는 과거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픈 이야기를 깊이 있고 아름답게 표현해낸 것은 <윤동주, 달을 쏘다>가 서울 예술단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윤동주, 달을 쏘다>는 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시인 윤동주의 삶과 그의 시가 지닌 아름다움을 음악과 독백으로 세심하게 풀어내 무대 위에서 시가 살아 숨쉬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앞에서 말한 관객들의 아쉬운 목소리 또한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들일테다. 필자가 관람했을 당시 배우들의 모습은 열의에 차 있었고, 각각 자신만의 윤동주, 강처중, 송몽규 등을 만들어 내 관객들에게 자신감있게 보여주었다.
특히 2막 마지막 '별 헤는 밤' - '달을 쏘다'로 이어지는 장면은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 20분을 위해 두 시간을 관람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필자도 이 장면에서 큰 감동을 받았고, 감옥에 있는 윤동주가 시를 노래하는 모습과 착출당해 끌려가는 그의 친구들의 모습이 겹치며 처참한 아름다움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되고 싶다."
극 중 윤동주가 형무소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윤동주의 부르짖음은 일제를 향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갈구하던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작품을 보면서 매일을 되짚으며 성찰하고 반성하며 살아가던 윤동주를 통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인지 어떤 말인지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오늘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