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5월은 꽃집이 제일 바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각종 기념일까지 말이다.
그런 기간에 나는 일에 집중하면서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풀었는가 생각해 보면 바로 '음식'이다. 가게와 집만 오고 가는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내가 먹은 것들은 결코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소소한 새로움이 나에게 재미를 줬다.
그렇게 음식에 대해 써볼까 생각하고 살펴보니 기억에 남는 음식들이 있었고 그것을 이번 에세이에 풀어보고 싶었다.
1. 쫀득 쿠키
쫀득 쿠키는 마시멜로를 녹인 후 그 안에 과자, 리얼, 초콜릿 등의 재료를 넣고 만든 쿠키이다. SNS에 한창 유행을 했는데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바쁜 시즌이라 힘들어서 그런지 매장에서 간식을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간식은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도 되지만 이 시즌만 되면 나는 이상하게 배달을 시킨다. 새롭고,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먹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그렇게 문득 쫀득 쿠키가 생각나서 시켜봤다. 쫀득하고 은근한 중독성이 느껴졌고 식감에 재미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날은 열심히 일한 날의 보상이 되었다.
20대에는 카페를 정말 많이 찾아다녔다. 특히 디저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유행하는 것들은 꽤 열심히 찾아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딱 그 한때였고 그 이후에는 이런 예상치 못한 날에 시켜 먹어 본다.
20대의 나와 현재의 내가 참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 시간이기도 하다.
2. 쌀국수와 혼술
5월 초, 긴 연휴가 있었지만 나는 가게를 계속 오픈했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었다.
퇴근 후, 무언가 시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 선물로 받았던 위스키, 평소라면 먹지 않을 매콤한 쌀국수까지 함께 먹었다. 평소에 하지 않는 일들을 하는 것이 일상의 단조로움을 조금 이리도 벗어나는 일인 것 같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이지만 난 이런 선택에서 재미를 느낀다.
나도 최근에 친구 생일에 와인을 선물했다. 예전에는 계속 남을 수 있는 것들을 선물했고 먹거나 사용해서 사라지는 선물을 지양하기도 했었다. 무언가 남아 있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선물이 찰나의 순간에 좋고 사라지더라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달라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선물을 할 때 이런 기준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3. 서리태 콩물
카네이션을 사러 온 동생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콩물을 선물이라며 줬다.
콩물을 보자마자 정말 친구랑 뒤집어지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쿠키나 휘낭시에, 초콜릿이면 이렇게까지 재밌지 않았을 거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 더 재밌고 고마웠다. 서리태 콩물은 역시나 나의 입맛에 딱 맞았고 두고두고 웃음이 나는 기억이다.
예상치 못한 선물, 그 선물이 나의 취향을 저격했을 때 엄청 재밌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것에도 웃을 수 있는 감성이 시간이 흘러가도 계속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
4. 베이글과 레몬티
친한 언니가 10일 내내 연속으로 출근하는 나를 위해 가게로 배달을 시켜줬다. 언니는 바쁘면 내가 잘 못 챙겨 먹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바쁘면 오히려 잘 챙겨 먹고 더 잘 먹고 군것질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민망했지만 그 마음이 고마웠다. 나를 생각해 주는 따뜻한 마음. 나도 이런 섬세함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적고 보니 먹는 것과 관련된 재미와 감사가 있었던 이번 달이다. 나는 살면서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가도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일상에서는 건강하게 먹는 것을 신경쓰지만 늘 건강하게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음식도 많이 있고 가끔은 자극적인 것이 당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좋다.
처음에는 엄청 부담스러웠던 에세이 글쓰기. 한 달에 한 번이 왜 그렇게 빨리 왔는지 모르겠다. 이번 달에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는데 일상의 먹거리로 글을 채워봐서 신선했던 것 같다. 일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상 안에서 틈틈이 행복하려고 했다. 이럴 때는 일상의 행복이 정말 큰 게 아니고 작은 것에서 온다고 느낀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
또 어떤 마음을 글로 남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