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일까 생각하다보면 여러 갈래의 단어가 떠오른다.
단어의 생김새가 주는 매력일지 단어가 가르키는 대상이 좋은 것인지 고민하며 또 다른 면으로는 나의 취향의 단어가 무엇인가라는 작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살아가며 마주치길 원하는 분위기가 무엇일까 고민해보면 '담백'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담담한것, 과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언뜻보면 심심해 보이지만 그 삼삼함이 몇 번이고 기억나는 그런 것들이 좋다. 첫 경험에 강렬함을 느끼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들이 내게는 좋아한다는 의미로 자리잡는다.
lamp의 음악을 듣다보면 담백함의 매력을 느낀다. 담백함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다채로운 색을 갖고 있지만 모든 노래는 모두 기분 좋은 담백함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 명의 밴드 멤버, 두명의 보컬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나는 멜로디 안에 시적인 가사와 몽롱한듯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힘주지 않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된다. 격양된 감정들에 공감해주며 다시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나가 준다. 서정적인 가사, 멜로디에 같이 들리는 경쾌한 베이스 소리가 lamp의 담담한 정체성을 더한다.
수목원에서 숨쉬는 것 같이 산뜻하고 시원한 매력 속에 신비로움이 연상된다. 언뜻 우울해보일 수 있지만 청량한 인상이 먼저 다가오기에 여러 모순적인 감정을 단순하게 정리해준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만나면 가장 좋아하는 두 노래를 들으며 그 안에 감정들을 차곡히 정리한다. 다시 꺼내서 들을 때 소중한 감정들도 같이 꺼내서 되새기고 기분 전환을 해본다.
夜風 (밤바람)
夜風よかぜに誘さそわれるように ひとり目覚めざめて 今日きょうもベッドを降おりる
밤바람에 이끌리듯이 홀로 잠에서 깨어 오늘도 침대에서 내려와요
揺ゆれるカーテンの隙間すきまから 零こぼれる水色みずいろの月明つきあかり
흔들리는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엷은 푸른색 달빛
憂鬱ゆううつを染しみ込こませた絨毯じゅうたんに寝ねころんで
우울을 스며들게 한 카펫에 누워 뒹굴어요
読よみかけのページ開ひらいても なんとなく上じょうの空そらのまま
읽다 만 페이지를 펼쳐도 왠지 모르게 건성건성인 채로
あの頃ころの夢ゆめのつづきを忘わすれている
그 시절의 꿈을 잊고 있어요
枕まくらのの下したには願ねがい事ごとがいくつも
베개 아래에는 샐 수 없이 많은 소원이 있어요
いつの日ひの 落おち葉ばの栞しおり はらはらと
어떤 날의 낙엽책갈피가 팔랑팔랑
グラスに残のこったままのワイン
잔에 남아 있는 와인
あきらめた 小ちいさな泡あわが浮うかぶ
단념했던 작은 거품이 떠올라요
かすかにきこえる虫むしの声こえが 奏かなでる静寂せいじゃくとメランコリー
희미하게 들리는 벌레의 울음소리가 연주하는 정적과 우울
涙なみだを吸すい込こんだ毛布もうふがつめたくて
눈물을 빨아들인 모포가 차가워서
恋人こいびとのなまえ唱となえても くちびるに白しろく煙けむるだけ
연인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입술에 하얗게 흐려질 뿐
もう少すこしこうしていたいの
좀 더 이렇게 있고 싶어요
やわらかいこの風かぜに揺ゆられて 夜よが明あけるまで
부드러운 이 바람에 흔들리며 날이 밝을 때 까지
この部屋へやに あなたがいても いなくても
이 방에 그대가 있어도, 없어도
部屋の窓辺 (방의 창가)
僕の部屋の窓から見える君のシルエット
내 방의 창문으로 보이는 그대의 실루엣
水色のカーテンの向こうの君の姿
하늘색 커튼 넘어 당신의 모습
僕は部屋の窓際夜空を眺めるフリさ
나는 창문 가장자리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척해
そこからは僕が見えるのかい
거기서 내가 보일까
風が少しずつ君の部屋の中へ運ばれてゆく
바람이 조금씩 너의 방 안으로 데려가 줘
此の想いは君の心に届くだろう
이 생각이 너의 마음에 닿을까
僕の部屋の窓辺の花に水を差したら
내방 창가의 꽃에 물을 주면
暖かい風を吹かせてくれ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니
風は次々と君の部屋の窓を通り抜けてゆく
바람은 계속계속 너의 창문을 지나쳐 나가
僕の想いを君の心へ運ぶよう
나의 마음을 너의 마음에 옮겨줄 듯이
夜が来ても君の部屋の灯火が付かなくなって
밤이 와도 너의 방의 전등이 켜지지 않아
今にも心は君の所へ駆け出しそうさ
지금도 마음은 너의 곁으로 달려가고 싶어
僕の部屋の窓から洩れ込む街の灯りと
내 방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거리의 불빛들과
時々訪ねてくる冷たい夜風
때떄로 찾아오는 차가운 밤바람
무거운 하루를 보낸 날 lamp의 노래를 듣고 하루를 되새겨보면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적인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 무게는 사실 무겁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발상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가사들은 이별의 아픔이나 외로움 등의 혼란스러운 순간을 많이 답고 있지만 결코 무겁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순간의 정서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일상에 담백함을 더하고 편안함 속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게 해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순간을 기록해서 남겨두고 다시 꺼내볼 때 응집되어있던 기억이 펼쳐지기도 한다.
하나의 방법은 원하는 분위기가 담긴 노래를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듣고, 그 속에 추억을 담아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면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한다. 의식적으로 담아내지 않아도 다시 재생하는 순간 무의식 중에 담겨 있던 추억도 같이 재생된다.
그 익숙한 연결고리를 조금더 의식적으로 진행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