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r
1. scrap(조각, 폐품, 폐기하다)하는 사람[것]
2. 싸움[논쟁,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
<스크래퍼>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미안하지만 난 혼자 자랄 수 있어.”라는 문구로 바뀌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것처럼, 영화는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조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가 병으로 사망한 후 조지는 혼자서 살고 있다. ‘윈스턴 처칠’이라는 가상의 삼촌을 만들어 사회복지사를 속이고, 친구인 알리와 함께 자전거를 훔쳐 돈을 번다. 조지의 주변 사람들은 조지의 처지를 알고 있지만 개입하지 않거나, 조지의 어설픈 거짓말에 속아 조지의 삶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조지의 삶에 12년간 본 적 없는 ‘아빠’ 제이슨이 등장한다. 그동안 연락 한번 없이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조지에게 제이슨은 변명하기 바쁘다. 둘의 동거는 위태롭고 삐걱거린다.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하는 조지는 알리와 제이슨에게 날을 세우고 모진 말을 던진다.
조지와 제이슨은 이상적인 딸, 이상적인 아빠는 아니다. 조지는 자전거를 훔치며 지내왔고, 학교에서도 말썽을 피우며, 얼굴에 큰 멍이 들 정도로 다른 아이를 때리기도 한다. 제이슨은 때때로 조지에게 위협적으로 굴고, 조지가 자전거를 훔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며, 같이 경찰에게서 도망친다.
미숙하고 어색한 제이슨의 ‘아빠 노릇’과 여전히 낯선 아저씨에게 툭툭대는 조지의 모습을 보다 보면 둘은 아빠와 딸이라기보단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친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색한 기류 속에서도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 놀러 다니고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조지는 제이슨에게 춤을 알려주고, 제이슨은 조지에게 어릴 때 살던 곳을 보여준다.
“엄마를 대신할 순 없겠지만 누군가가 필요해요.”라는 조지의 고백은 그동안 비어있던 ‘아빠’라는 자리에 비로소 제이슨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은 서로에게 실수를 많이 할 거라 말하면서도 동시에 웃음이 넘치는 포옹을 나눈다.
솔직히 말해 제이슨을 좋은 아빠라 할 순 없다. 이미 12년 동안이나 엄마와 조지를 내버려두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이 아주 밉지만은 않은 것은 그가 온몸으로 아빠가 되는 것을 어색해하고 있지만 동시에 노력하고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엄마가 죽고 혼자서도 괜찮다며 슬픔을 감당하려는 조지 옆에 드디어 엄마에 대한 추억을 나누며 곁을 지켜줄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 모든 잘못과 서투름,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미숙함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하여 상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 소파 쿠션을 엄마가 있던 때와 똑같이 배치해야 한다고 짜증을 내던 조지가 온 집안을 노란색으로 새롭게 색칠하는 것처럼. 혼자 살 수 있다며 모두를 거부하던 조지가 결국 제이슨을 받아들인 것처럼. 낯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익숙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순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