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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이 뮤지컬을 수식하던 ‘쇼’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이 작품에는 그냥 뮤지컬이 아니라 쇼뮤지컬이라고 지칭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이어지는 춤과 퍼포먼스를 보다보면 뮤지컬이 아니라 마치 음악방송 현장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다. 주연을 맡았던 세븐의 무대는 평소 남자 아이돌 무대를 보지 않는 필자에게도 큰 즐거움을 줬다.


이 작품은 아이돌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최적화된 뮤지컬이 아닐까.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전통적인 형태의 뮤지컬은 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춤과 퍼포먼스 위주로 작품이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공연별 편차가 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와서 누구의 무대를 봐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케이팝으로 전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한국의 명성에 걸맞게 배우들은 뛰어난 춤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방송인 박경림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댄서들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케이콘텐츠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 위상 덕인지 해외에서 찾아온 외국인 팬들도 많이 보였다. 흔히 생각하는 뮤지컬의 모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의 화려한 면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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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 콘텐츠라는 점도 의미있었다.

 

원작은 다름아닌 지난 2011년 방영됐던 드라마 ‘드림하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에 원작에서 봤던 부분이 재활용돼있어 반갑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 시절 드림하이를 본 경험이 있다면 추억과 함께 더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래서 이 작품을 관람하기 꺼려지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어릴 적 보던 작품을 이제 다시 보려면 견딜 수 없는 오글거림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같은 부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실제 공연을 보니 그러한 우려가 전부 기우라는 걸 깨달았다. 작품 내내 이어지는 무대와 춤은 진부하고 오글거리기보단 세련된 현대의 문화를 반영한 집합체였다.


서사의 측면에서도 무난했다. 뻔하지만 충분했고 오히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을 줬다. 오래된 명문 예고인 기린예고의 교장은 한 사채업자와 결탁해 학교를 학원으로 바꾸려고 간다. 심지어 이들은 수익성만 보고 학생들의 꿈의 기회나 다를바 없는 쇼케이스마저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열리는 바로 그날 기린예고 학생들과 선생님, 이제는 슈퍼스타가 된 졸업생들은 함께 모여 무대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한다.


어디서 들어봤지만 감동적인 서사 그 자체다. 서사의 흐름 사이사이에 훌륭한 무대들이 중심을 잡고 있으니 그야말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들을 충실하게 만족시켜주는 무대였다.


최근에 한 지인과 대화하면서 ‘작품이 하나의 노선을 확실히 정해서 집중할 때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고자 너무 많은 요소를 집어넣으면 결국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흔하고 정공법적인 논리이긴 하다.

 

그러나 이 명제는 이번 쇼뮤지컬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춤, 익숙하고 안정감 있는 서사와 현장감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뮤지컬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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