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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Original SoundTrack.

  

‘OST’란 말 그대로 특정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오리지널한 사운드트랙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그 고유성 여부와 관계없이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된 곡들을 모두 OST라 통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노래와 작품이 너무나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바람에 발생하는 착각일 수도 있겠고, OST라는 단어의 정의가 잘못 전파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개봉 이전에 발매된 곡들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 작품의 OST처럼 여겨지고 있는 노래들을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다.

 

OST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레옹> – Shape Of M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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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의 그 노래’라는 표현보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킬 수 있는 설명이 또 있을까.

 

영화 <레옹>을 관람해 본 이들이라면 작중 결말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Shape Of My Heart’의 서정적인 도입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는지 아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결말을 맞이하는 동시에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공연히 황망해질 수밖에 없는 관람객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함으로써 영화의 여운을 한껏 고조시키는 노래가 바로 이 ‘Shape Of My Heart’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결말 혹은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기에 이 노래를 <레옹>의 OST처럼 여기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Shape Of My Heart’는 스팅의 4집 앨범 [Ten Summoner’s Tales]에 수록된 곡으로, <레옹>의 최초 개봉 시기보다 무려 1년 이상 앞서 발표된 곡이다.

 

 

 

<초속 5센티미터> –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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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서서히 감정의 깊이를 더해가는 연출 방식을 특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초속 5센티미터>이지만,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와 함께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로 우리를 이끄는 서정적인 결말부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련한 멜로디와 가사가 영화의 내용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본인의 영화에 독자적인 사운드트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기에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역시 <초속 5센티미터>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해당 곡은 영화의 공개 시점보다 한참 앞선 시기인 1997년에 발매된 노래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작품과 노래의 주제가 정확히 일치하고, 또 본인이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던 만큼 해당 곡을 영화에 삽입하기로 결심했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

 

 

 

<클래식> – 너에게 난, 나에게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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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기타 전주가 우리의 마음 속으로 유려하게 쏟아지는 그 순간이면, 누군가와 함께 웃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쓴 채 빗속을 내달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와 잘 어우러지는 사운드트랙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이따금 우리의 뇌리에 이처럼 아주 짙고 깊은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둘 사이의 경계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고 있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클래식>이지만, 노래의 발매 시기는 2001년, 영화의 개봉 시기는 2003년으로, 해당 음악과 영화 사이에는 대략 2년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이쯤 되니 많은 사람들이 사운드트랙을 OST로 착각하는 이유가 반드시 시간적 선후 관계에 대한 오인만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의 장벽을 넘어 마주한 음악과 영화의 운명 같은 인연에 자연스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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