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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떠오르는 말들이 있다.

 

어떤 것은 내가 내뱉은 창피한 말이고, 어떤 것은 누군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인상 깊었던 말, 상처가 된 말,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도는 말.


그중 하나는 내가 학생 때 들었던 말이다. 여느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입시가 삶의 목적이었던 시기, 어느 날 선생님이 나를 불러 ‘기댈 줄 아는 사람이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꽤나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문장은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그랬다.


여전히 선생님이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동안 다시 생각해 보니 짚이는 구석이 기억났다. 이제야 어렴풋이 이유를 알게 되다니.)

 

다만,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남에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당시에는 그 말이 오지랖이고 나에게 건넬 필요 없는 말이라 생각했지만, 몇 년이 지나고도 기억에 남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나 보다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때의 강렬함 때문인지 가끔 그 말이 불쑥 떠오를 때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이제 남에게 기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한 사람이 되었을까?

 

여전히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어렵고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더 어렸던 나를 떠올려 보면 많이 나아졌다 싶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물론 그러다가도 다시 혼자 고립되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가끔 주변 사람들, 혹은 답답하게 구는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속으로 한마디씩 건네기도 한다. 힘들 때 주변 사람들한테 기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사람의 증거야, 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 말이 마음에 콕 박혀서, 남에게 괜히 민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불쑥 떠올라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어린 나에게 그 말을 건네 주었던 선생님에게 닿지 않을 감사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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