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애니메이션 영화가 여러 개 있지만, 나에게 있어 부동의 1위는 지브리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너무 좋지만, 희한생 애니메이션 영화가 여러 개 있지만, 나에게 있어 부동의 1위는 지브리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너무 좋지만, 희한하게도 나는 지브리에 더 마음이 갔다.
몽글몽글한 그림체와, 상상력과 향수를 자극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물론 가장 크겠지만, 그 배경에 깔린 OST가 거하게 한몫을 한다고 본다. <이웃집 토토로>의 ‘산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언제나 몇번이라도’ 등 노래 제목은 잘 기억하지 못 하더라도 그 멜로디는 누구나 꼭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지브리 만화(특히 원령공주의) OST를 정말 좋아해서, 항상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매일 듣곤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지브리의 노래를 좋아하는지는, 아마 애니메이션과 함께 감상하다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 사랑하는 지브리의 영화음악과
클래식의 대표 작곡가들의 음악이 만나 선보이는 <지브리 페스티벌>.
지브리의 대표 영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다양한 지브리 영화 음악을 오리지널 OST는 물론,
쇼팽, 드뷔시 등 대표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지브리의 음악까지.
60인조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연주로 즐기는 지브리 대축제!
이번 롯데 콘서트홀에서 공연된 <지브리 페스티벌>의 경우, 일요일 오후 시간대인데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공연의 1부에서는 지브리 OST를 다양한 고전 클래식 작곡가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편곡을 선보였다. OST와 클래식을 결합했다고 하는데, 클래식 특유의 딱딱하고, 웅장하지만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 느낌이 나지 않아서 듣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6곡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라 하면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대표곡 ‘언제나 몇 번이라도’일 것이다. 해당 곡은 클래식은 몰라도 작곡가와 제목은 한 번쯤 들어본, 비발디의 <사계>와 결합되어 연주되었다.
비발디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로, 협주곡 <사계>의 작곡가로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바이올리니스트답게 바이올린을 주로 한 협주곡이 가장 유명하며, 리듬이 활발하고 노래하듯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특히 비발디의 음악은 리토르넬로* 형식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를 차용해 <언제나 몇번이라도> 음악의 중간중간 특정 악기의 아름답고 유연한 솔로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바이올린이나 플룻과 같이 익숙한 악기가 아닌, 호른과 같이 독특하고 접하기 어려운 악기의 독주라 더 돋보였다. (* 악곡 형식의 하나로, 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형식)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잔잔하고 조용한 멜로디로, 듣다 보면 슬픈 가사의 발라드처럼 느껴지는 편이다. 여기에 밝은 느낌의 <사계> 노래를 묻히니, 이 노래가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하고 노래에 숨겨진 또 다른 매력을 찾은 것 같았다.
1부의 마지막에서는 해설가이자 피아니스트의 독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의 웅장함을 표현해낸 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른 법인듯 하다.
리스트 스타일로 해석하는 <이웃집 토토로>, 비발디 음악에 녹아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와 지브리 음악이 만나 더욱 서정적이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OST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원령공주>의 메인 주제곡에는 드뷔시의 스타일을 더하여, 동양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통해 그려내며 더욱 큰 감동을 끌어낸다.
2부에서는 지브리 OST 원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려주었다. 영화에서 들려주는 OST는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많이 듣는 편인데, 역시 음원 파일로 듣는 것보다 현장에서 연주되는 악기를 통해 듣는 것이 훨씬 더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2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는 단연 마지막을 장식한 <천공의 성 라퓨타>의 OST '너를 태우고'일 것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사회에 너무 찌든 어른(..)에게는 어려운, 어린 아이의 상상력을 토대로 한 것 같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엄청나게 거대한 성이 움직인다든지, 괴물 같지만 거대하고 귀여운 정령이 숲에 산다든지 말이다. 그에 맞게 지브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미성년자거나 어린 아이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마냥 아이들만을 타겟했다고 보기 어려운게, 그 배경과 스토리 안에서 다 큰 어른들로 하여금 노스탤지어를 느끼게끔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는 지브리의 음악 덕분에 더 극대화된다. 지브리 OST를 들으면 분명히 아름답고 좋은 노래임이 분명한데 신기하게도 아련함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너를 태우고’ 곡이 이 특징을 가장 강하게 나타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는 영화의 웅장한 분위기와 아련함을 동시에 잡았다. 정말로 내가 그 천공의 성에 올라타는 듯한 느낌을 들게끔 말이다.
지브리 OST를 사랑한다면 <지브리 페스티벌> 연주회를 꼭 한 번쯤 감상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