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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2024년 통계청의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4년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한국 전체 인구의 19.2%라고 한다. 고령 인구의 비율이 20%인 초고령 사회, 즉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자인 사회가 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앞으로도 사회에 발 디디고 살아갈 우리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의 주인공 춘자는 작중 시점에서 일흔을 맞은 고령자이다.

 

그리고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으나, 치매 환자이기도 하다.

 

춘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칠순 잔치이다. 사람은 바글바글하고, 식당 예약까지 꼬여 정신없는 상황에서 잔치의 주인공, 춘자가 소동 사이에 사라진다. 한참 후에야 알아차린 가족들은 춘자를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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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듯 춘자가 치매인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행동을 보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들 또한 명확하게 진단을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모두 마음속으로는 예상하는 눈치이다.

 

춘자는 점점 인지능력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이다. 이러한 춘자의 모습은, 극에서 단순히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닌 물고기라는 소재를 통해 드러난다.

 

아이일 때는 점점 늘어나다가, 노인이 되면 하나둘 사라지고 마는 물고기는 춘자에게 살짝 이 이야기를 전해준다.


한국 사회에서 춘자와 같은 치매 환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23년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25년의 치매 환자 수는 97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44년쯤에는 지금의 2배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통계자료를 언급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절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의 이야기를 어딘가 동떨어진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계속해서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문제임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며, 치매 환자 수가 늘고 있는데도 이 글을 쓰는 나를 비롯한 청년 세대는 노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쉽다.


당장 극 중 춘자의 이야기만 보아도 노인, 그중에서도 치매 환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얼마나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리저리 헤매는 춘자에 대해 동네 주민들은 그리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낼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들도 춘자가 치매 노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렇기에 경찰에 신고하기를 주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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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도 현실에 맞닿은 문제들 사이에서, 춘자의 이야기는 가족 내부에서의 화해로 끝난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춘자를 가족들이 발견하며 서로의 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돌아온 가족은 춘자의 가족 사랑이 가득 담긴 떡볶이로 성공하고, 행복을 되찾는다. 춘자와 가족들은 아마 계속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현실은 끝나지 않는다. 춘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엔딩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작품에서의 문제 상황이 당장 우리 앞의 현실에 아까 언급했듯 우리 사회는 고령화되어 가고 있으며, 춘자와 같은 치매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아직 부정적인 인식은 그대로인 상황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춘자씨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먼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이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 이야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첫걸음은 우리의 편견을 바꾸는 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극의 시간 동안 춘자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들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편견을 부수려 한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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