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즐긴 밤. 그 감탄들이 어우러졌으니 프리모는 사실 이미 와 있던 것일지도 몰라.
<빅나이트>
1950년대 미국, 뉴저지의 작은 마을.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형제 프리모(토니 샬호브 분)와 세컨도(스탠리 투치 분)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파라다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모는 완벽주의자 셰프이며, 음식의 진정성과 예술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세컨도는 좀 더 현실적이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인물로, 레스토랑의 생존을 위해 타협도 고려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음식은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레스토랑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근처에서 성공적으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경쟁자이자 약간은 의심스러운 인물인 파스칼이 유명 재즈 가수 루이 프리마를 그들의 레스토랑에 데려오겠다고 약속한다.형제는 이 기회를 마지막 희망으로 삼고, 그날 밤을 위해 최고의 요리를 준비합니다. 이 특별한 저녁, 바로 "빅 나이트"가 시작된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즐기며 감탄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그 감상주의적 작법은 ‘어쩌면 프리마가 오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사실 중요한 건 그 밤, 파라다이스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즐겁고 동시에 충만했음이지 않을까. 감독은 음식(飮食)만이 할 수 있는 대화를 묵직하지만 과하지 않게 담아낸다. (그곳에는 배경에 흐르는 재즈 음악처럼, 이해하고 파고들려면 의미가 퇴색되고 어렵지만, 즐기기엔 그 자체로 너무 좋은 풍요로움이 흔들거린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를 정의와 낭만의 이야기로 끝내지 않는다. 여전히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멀기만 하다. 형제의 타협과 조화는 결국 일시적이었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이끌어내려면 다시 지난한 대화와 양보를 거쳐야 한다. 그 양보는 구조를 향한 회의를 낳는다.아마도 영화가 그린 지점은, 두 인물 모두 그 회의에 잠식되어 마지막 안간힘을 짜내야 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싸고 미국다운 음식을 팔아서 성공하면 과연 행복할까.이탈리아 정통 가정식은 미국인들을 모을 수 있을까. 맛난 음식으로 성공하는 것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세꼰도와 프리모는 이런 질문들 앞에서 불안하고 아프다. 영화는 이 아픔을 등 돌려버린 각자만의 아픔으로 그리지 않고, 등을 맞대고 기대어 감내하는 아픔으로 그린다. 이 영화가 감상주의의 당위를 확보하는 지점은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전설로 남았다. 긴 밤을 보낸 세꼰도는 주방보조의 밥을 챙기는 척 형이 먹을 아침을 마련한다. 그 음식은 프리타타다. 프리모는 자연스럽게 내려와 옆에 앉는다. 카메라는 천천히, 두 형제의 정면 숏으로 근경한다. 전날의 휘황찬란한 정식을 내내 보고 온 관객에게 소금만 친 프리타타를 손으로 뜯어먹는 장면은 자칫 싱겁게 보인다.
그러나 그 마지막 장면에는 희망과 연대에 대한 답보가 있다.
요컨대,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즐겁고 충만할 수 있는 만큼 소박하고 슬프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