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은 늘 영화에 대한 열정이 들끓는 한 소년 같다.
그런 소년이 처음으로 영화계에 크게 한 방을 날린 작품이 이 영화일 텐데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꽤나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이전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결국 영화를 볼수록 차차 그 의미를 알아갔다. 최악 혹은 최악 보다 덜 나쁜. 둘 다 어쨌든 결코 좋은 결말이 아닌 최악이라는. 이는 동생과 형을 뜻하는 것일 터.
영화가 화면비가 작은 필름으로 찍히기도 했고 아마 제작비가 부족해서 그런지 조금 엉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화면의 때깔이라고 해야 할까, 일부로 날 것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러프하게 찍은 걸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상업영화라기보단 독립영화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맛이 더 살아난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은 집단 싸움신을 참 잘 찍는 것 같다. 액션이라는 것 자체가 카메라의 각도도 그렇고 여러 번의 테이크를 가져야하고 인물의 동선도 다 신경 써야 하기에 정말 어려운 촬영일 텐데 거기다 인물의 수까지 많다면 더 어려울 것이다. '짝패'에서도 느꼈지만 그런 군중 싸움신을 이렇게 맛깔나게 찍는 감독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류승완 영화는 약간 대사도 그렇고 흡사 80~90년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굉장히 유치한 듯 하고 당시 남자들의 로망 혹은 낭만을 영화적으로 풀기 위해 애쓴 느낌도 든다. 그래서 그가 여전히 소년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가 찍는 지금의 영화는 그의 초창기 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긴 한다.
영화를 사랑한 한 소년이 우리나라 영화계의 커다란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류승범의 연기. 왜 다른 인물들은 어색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반면 류승범만은 마치 그 인물 그 자체 같을까.
그 특유의 껄렁거리는 말투와 찰진 욕들, 개성 넘치는 양아치 같은 페이스 등 그를 특정 짓는 많은 요소들이 이 영화에 한데 뭉친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무척 뻔한 삼류 양아치 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 하나의 색깔을 입혔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을 발휘했다.
류승완은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전혀 작품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제 역할의 연기를 다 한 것 같다. 총 4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형식의 이 영화는 모든 에피소드가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작품이지만 역시나 그중에서 마지막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에피서드가 맘에 들었다.
동생이 칼받이로 간 집단 패싸움씬과 형과 친했던 옛친구와의 싸움신을 교차로 보여주며 형은 눈을 잃고 친구를 죽이고 동생은 칼에 찔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며 쓸쓸한 ost가 깔리며 맞는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 나오는 성경 구절과 보이스오버로 들려오는 형과동생의 대화. 이게 뜻하는 건 결국 자기 길이라고 믿었던 철없던 동생이 결국은 형이 하는 말을 들어야 했음을 암시하는 듯했고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비통했다.
데뷔작부터 지금까지의 류승완의 작품은 많이 변화를 많은 듯해 보이면서도 여전히 그는 자신이 찍고 싶은 영화를 어떻게든 찍어내는 그 열정만은 여전히 품에 안고 실천해 나가는 듯하다.
모든 감독이다 그런 건 아니어도 대부분의 감독이 데뷔작부터 자신이 온전히 바라는 작품을 찍기는 어려울 텐데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타협 없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완고하게 찍어낸 느낌마저 드는 그런 데뷔작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