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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네가 날 사랑한다면, '하늘이 하얗다'고 해줘

  

난 '구름은 검다'고 대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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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영화에서 잘난 점 하나 없는 인물은 정말 드물다.

 

무릇 인간이라면 결핍 하나는 안고 살기 마련이지만, 저마다 멋지고 잘난 구석 하나는 갖고 있다. 결핍은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전개에 따라 서서히 발견되는 반면, 괜찮은 구석은 바로 바로 한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외적인 요소에 해당될 경우 특히 그러하다. 그렇다고 내적인 요소를 찾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퐁네프의 연인들>(1991) 속 두 주인공의 멋진 구석을 찾는 일은 꽤 어렵다. 여자 주인공의 그림 실력, 남자 주인공의 생활력. 그것들이 단번에 아주 괜찮은 구석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

 

그다지 멋지지 않은 이들이 나오는 영화에 내가 열광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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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사랑은 어디에 있나. 그 사랑을 누구와 누가 하나. 등의 의문을 품고 계속해서 등장인물들을 의심했다.

 

영화는 설마 주인공은 아니겠지라고 우려했던 두 인물이 죽고 못사는 사랑을 하다 끝이 났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들의 멋진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사랑 영화의 클리셰와 나도 모르는 사이 깊게 자리 잡힌 사랑 이야기에 대한 환상 때문에 이 사람들을, 이 사랑을 걱정하고 동정했다. 하늘이 하얘도 구름은 검은 것이 사랑임을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선입견에 가로 막힐 사고를 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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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끝까지 보고 깨달았다. 두 주인공의 잘난 구석은 그들이 주고 받은 사랑이라는 것을.

 

타마르 반 덴 도프의 <블라인드>와 같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결핍을 가진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일, 그리고 그들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 이러한 이야기들은 자칫 뻔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도, 그 사랑의 진실함 때문에 계속해서 우리의 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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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잘났다. 아무리 가난하고 결핍 많은 생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잘났다.

 

불완전한 두 사람이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사랑이라는 세계로 함께 걸어가는 이 이야기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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