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란 무엇일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연극, 영화,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경험하고 있다. 5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경험했던 문화 예술 중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놀랍게 다가왔던 장르는 바로 '판소리'다. 사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장르였다. 심지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걸쳐 음악 수업을 통해 판소리는 수도 없이 공부했다. 심지어 판소리 가사를 직접 작사해 부르기도 했고, 시험도 봤다. 하지만 직접 관객으로 나아가 판소리를 만난 순간, 내가 알던 판소리의 범주가 너무 좁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던 판소리는 그저 '이론'이었다. 머리로 알고 있던 판소리의 '한'과 '얼'을 무대 앞에서 친히 귀에 꽂아 넣어주시니 감탄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소리꾼(소리를 하는 사람)의 성별, 나이, 연륜에 따라 '사랑'이라는 주제가 '풋풋한 사랑'이 되기도 하고, '중후한 사랑'이 되기도 하며, '사랑의 설렘'이 눈물이 나오는 '애절한 사랑'이 되기도 한다. 매번 다르게 들리는 판소리에 대해 나는 판소리는 곧 '추억이자 현재이고, 미래'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하나의 인생 작품
나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작품의 재목은 '적벽'이다.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적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투라고 알려진 '적벽대전'을 소재로 하는 공연으로, 화려한 안무와 엄청난 에너지의 판소리 합창으로 꾸며지는 '판소리 뮤지컬' 장르다. 한나라 말엽, 위, 한, 오, 3국이 부패와 혼란한 정국 속에서 벌이는 치열한 권력 다툼을 이야기하고 있다. 1368년경 발견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 500여년 후 조선에서 불렸던 판소리[적벽가]를 현대적 발상을 더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적벽'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배역에 성별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남자로 알고 있는 삼국지 속 인물들을 성별에 관계없이 캐스팅해 더욱 다채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보고 왔던 공연에서는 남자로 알고 있던 인물인 '제갈량'을 여성 배우가 연기하면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춤 선이 제갈량의 '냉철함'이 도드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춤 선과 반대로 목소리에 있어서는 굳세고 근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나의 역할에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 공연을 재관람할 때마다 마치 새로운 공연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보며 인상 깊었던 3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무대의 조명과 레이저다. 조명의 색이 너무나 다양한데, 하나같이 크게 튀지 않고, 해당 장면에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했다. 특히 유비와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장면에서 쓰인 조명의 색과 무대 장치는 공연장을 삼국지 속 그 순간, 장소로 이동시키는 듯했다. 초록색의 조명에 분홍색 꽃잎이 날리고, 유비, 관우, 장비의 손이 모이는 순간 관객은 모두 삼국지로 들어가버렸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판소리 합창 또한 훌륭했다. 흔히 판소리라고 하면 혼자서 부르는 '독창'의 개념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판소리가 '독창'의 힘뿐만 아니라 '합창'의 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판소리를 하는 배우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고 심지어 화음을 맞출 때 그 어떤 합창 공연보다 감동적이라고 생각했다. 합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쉼표'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숨을 쉬고, 동시에 소리를 내야 진정으로 아름다운 합창이 완성되는데, 판소리에 다양한 소리 법이 있고, 상당히 까다로워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공연에서 들은 '넘버'는 그들의 엄청난 연습량이 돋보이는 완벽한 '합창'이었다. 그들의 숨소리, 꺾는 소리, 구음의 높낮이까지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는 것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국악 밴드였다. 뮤지컬에 꼭 필요한 요소는 바로 '밴드', '오케스트라'다. '적벽'의 '오케스트라'는 특별하다. 서양 악기와 국악기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특히 관객들에게 보이는 태평소, 대금, 거문고, 북, 꽹과리, 기타 타악기로 이루어진 국악 밴드의 연주는 연기자들의 소리와 안무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했다. 특히 '대금'의 소리가 무척 아름다웠다. 마치 산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같았다. 단 한 번도 악기가 돋보이는 순간 없이 적재적소에 맞는 연주로 관객의 시선을 연기자에게만 집중하게 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다른 공연과 달리 전통 예술 공연, 특히 판소리 공연은 뭔지 모르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소리에 '얼쑤!'하고 반응하게 되고, 깊은 구음이 귀를 타고 흘러가 마음을 울릴 때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특별한 소품, 세트 없이 배우의 목소리와 안무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더욱 그러했다.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막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 세례를 퍼부었다. 그만큼 그들의 노력이 소중하게 다가왔고, 그들이 목소리를 내어주어 고마웠다.
이 공연을 만든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