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브롱크호스트(Werner Bronkhorst)에 대하여
워너 브롱크호스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현재 호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대 미술 작가이다.
그는 SNS(@werner_bronkhorst)에서 120만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회화와 영상이 결합된 작업 영상을 공유하며 대중의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거칠게 채색된 아크릴 스케치 위에 밀리미터(mm) 단위로 정교하게 그려진 인물 미니어처로 구성된다.
주로 도시, 피크닉, 수영, 테니스, 골프, 축구 등 일상적이고 활기찬 장면들을 담는다. 마치 헬리캠으로 촬영한 듯 관망하는 시선이지만, 인물 하나하나에 가해진 섬세한 붓터치에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은 유년 시절의 책 『월리를 찾아라』를 연상케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옮기게 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에 빠져들게 만든다.
SNS에 공개된 작업 영상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그가 자녀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에서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순수함’과 ‘호기심’―이 오롯이 드러난다.
<워너 브롱크호스트 : 온 세상이 캔버스>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 워너 브롱크호스트 단독전 <온 세상이 캔버스>는 층마다 다른 콘셉트와 구성을 갖추고 있다. 회화와 공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된 동선은 전시 기획의 세심함이 묻어난다. 트렌디한 감성을 반영한 굿즈(MD) 등 완성도가 높다.
다만, 다수의 작품이 원화가 아닌 프린트물로 대체되어 아크릴 특유의 질감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실물 작품을 통해 작가의 섬세한 붓터치와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5월까지 진행된다.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그림에는 배경과 인물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배경을 보면 인물이 희미하고, 인물에 집중하면 배경의 인상이 흐려진다. 그의 작품이 사진에 담기지 않는 이유다.
그는 타협한 절제가 아니라, ‘과감한 비우기’를 선택한다. 색의 대비로 눈길을 끌고, 그 위에 작고 섬세한 인물들을 절묘하게 배치해 시선을 잡는다.
배경은 드러나되 방해되지 않고, 인물은 작지만 존재감만은 또렷하다.
워너가 배경이 약점이 화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러한 분기점이 워너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한다.
이는 마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마침표를 찍는 것과 같다. 가진 것을 다 드러내지 않고도 깊이를 만들어내는 미학, 워너의 그림에는 이러한 여백의 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배경은 미니멀하지만, 인물은 더할 나위 없이 ‘맥시멀’하다. 적게 보여주되, 깊게 남긴다.
그게 바로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