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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연극 <워크맨>은 2060년을 배경으로, 노동이 급격히 줄어든 사회에서 인간의 정신적 공허와 불안을 조명한다. 작품은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극대화하여 보여주며,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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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노동 시간이 주 3일 3시간으로 단축된 206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여 인간의 노동이 거의 필요 없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더욱 깊은 우울감과 불안을 경험한다. 이는 현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자동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간 노동의 의미 변화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특히, 작품이 설정한 2060년의 사회는 현대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미래의 관점에서 심화하여 제시하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울증이 마치 감기처럼 흔한 병이 된 시대,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자 경고로 다가온다.


작품은 8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워크맨 운동’의 창시자인 김민준과 그의 딸 설린, 그리고 ADHD, 불면증, 혼혈 정체성 문제 등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정신 건강 문제와 사회적 소외를 다루는 작품의 의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로봇 ‘알마’의 존재는 작품의 철학적 질문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은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다. 작품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를 탐구하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연출 측면에서는 SF적인 설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무대 미술과 조명, 음향이 적극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날씨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는 미래 사회를 표현하기 위해 조명과 음향이 빈번하게 변주되며,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극 <워크맨>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가미해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일하라! 걸어라! 살아남아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워크맨 운동’은 어딘가 허무맹랑하면서도 현실적이어서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 담론이나 생산성 중심의 사고방식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또한,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아 정신 질환을 보다 현실적으로 묘사하려 한 점은 작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일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가 다소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감정의 서사가 보다 정교하게 짜였다면 관객의 공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연극 <워크맨>은 인간과 기술, 노동과 정신 건강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2060년이라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속에서 다뤄지는 문제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작품은 기술 발전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더 큰 정신적 공허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다만, 일부 캐릭터의 감정선이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깊이와 연출적 시도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워크맨>은 SF적 상상력과 현실적 문제의 접점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 연극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현대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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